간통죄 폐지와 마리화나 합법화

이백철

발행일 2015-03-2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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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당사자들 서로 합의한 행위로
‘피해자 없는 범죄’로 분류돼
국가가 법적으로 개입할
영역 아닐뿐더러 해악·중독성
적음에도 불구 허용금지는
불합리한 조치라고 판단


최근 간통죄에 대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간통법 입법 60여년 만에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간통을 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를 계기로 세간에서는 국가는 어떤 명분으로 개인의 행위를 제한할 수 있고, 개인은 그들의 자유를 얼마만큼 향유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아니지만, 근간에 언론에 보도된 미국에서의 마리화나 합법화 사례와 중국에서의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집행 사례는 이와 같은 국가의 통제권한과 개인의 권익간의 논란에 대해 숙고할 계기를 제공한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 이어 최근 미국에서도 콜로라도 주를 비롯한 몇 개주에서 마리화나와 같은 약물의 사용이 합법화되었다. 또한 뉴욕타임즈까지 합법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있어 합법화의 물결이 더욱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조적으로 중국에서는 마약사범에 대해 엄벌을 가하지 않으면 온 나라가 마약천국으로 변함은 물론 국가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는 기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사형과 같은 극약처방을 내릴 뿐 아니라, 마약범죄에 연루된 외국인에게도 사형을 집행하는 등, 예상되는 외교적인 마찰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회에 끼치는 전반적 해악에 초점을 두고 금지약물의 사용은 위법적 행위이고 규범에 벗어나므로 마땅히 형사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약물남용에 대한 관대한 대처는 국민들의 위법약물에 대한 죄의식을 약화시키고 비사용자들의 도덕적 우월성을 훼손하여 사회적 혼란은 물론 국민적 삶을 피폐시킨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사법적 차원을 차치하더라도 공공 보건적 관점에서도 약물의 남용행위를 알코올이나 니코틴 중독과 같은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해악을 일으키는 일종의 질병으로 간주한다. 즉, 치료비용을 유발하고, 노동시간을 감소시키며, 가족관계의 갈등을 야기하고, 수명기간까지 단축시키는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적 접근과 동시에 사전 예방적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리화나와 같은 약물의 비(非)범죄화나 합법화는 어떤 근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일까?

범죄학적 용어로 마약사용은 매춘, 도박 등과 함께 소위 ‘피해자 없는 범죄’로 분류된다. 이러한 범죄유형들에 대한 논란의 핵심은 관련자들이 상호 합의한 행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따라서 국가가 법적으로 개입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마리화나와 일부 약물들이 법적으로 허용된 알코올이나 니코틴보다 해악성이 더 적을 뿐만 아니라 중독성 또한 더 약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이 금지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약물들이 합법적으로 허용된다 하더라도 약물을 사용하지 않았던 정상인의 대부분은 알코올이나 담배 등의 해악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것들의 소비를 선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마약거래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발생을 막을 수 있고 마약사범을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사법비용(법집행, 법원, 교정 등에 투입되는 세금 등)을 교육, 주거, 보건 등 보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영역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마약정책은 가치중립적 차원에서 ‘약물남용에 따라 발생한 비용’과 ‘금지법을 시행한 결과로 감소한 남용의 양’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이 나름대로 논리적인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담배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시민들의 주장에 영합하여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치적 동기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오늘날 우리사회 역시, 간통죄의 폐지가 상징하는 바와 같이,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공유해왔던 이념과 가치관이 급변하는 와중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국가의 통제 권한과 개인이 향유해야 할 취향이나 권익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명분으로 무엇을 선택할지 그 미래를 조심스럽게 지켜보아야 할 시점에 와있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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