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무상(無償)’이 아니다

최창렬

발행일 2015-03-2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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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복지지출 늘리고 무상확대 위해 재원조달 필수
국가가 뭔가를 나눠줄 것이라는 인식 접근 안돼
소득재분배 기능 실효성 발휘할때 복지국가 완성


내년 총선과 19대 대선 승부를 가를 정치, 사회, 경제적 쟁점 중 무상복지 논쟁은 가장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이슈는 현재 야당의 승리 요인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또한 지난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대선 승부를 결정지었던 사회경제적 어젠다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민주화 공약은 경제 활성화 정책에 밀려 추동력을 상실했다. 그러나 복지국가가 시대 정신이란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면 복지 논쟁은 여전히 여야 간, 보수와 진보 세력 간 민감한 사안이다.

무상복지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선택 문제로 모아진다. 즉 복지에 대한 철학과 인식의 차이에 기인하는 정책의 차이로 귀결된다. 복지지출을 늘리고 무상복지를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복지재원의 조달이 필수다. 선별적 복지는 소득 수준에 연동한 복지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논리적 타당성을 부인할 수 없다. 재원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막연하게 보편적 복지에 집착하는 행태는 도그마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선별적 복지가 갖는 원천적인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기초적인 분야에서조차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선별적 복지의 프레임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누진적 세금에 의한 복지 정책의 확대는 요원해진다.

유럽이 국민소득 1만5천달러 수준일 때 케인즈 주의에 입각한 복지이론을 발전시키고 보편적 복지를 확충해 나간 경험을 간과해선 안된다. 세계적 경기침체속에서 복지 규모를 축소해 나가려는 일부 유럽 국가의 경우를 선별적 복지의 모델로 삼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에 기인한다. 어느 영역도 재원이 남아 복지를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특수성에 입각한 선별적 복지 채택이 논리적 정합성을 갖는다 해도 사안마다 선별적 복지로 접근한다면 포괄적 복지의 길은 요원해진다.

유럽 국민들이라고 조세 저항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국가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정부나 국민 모두가 의지와 애착을 가짐으로써 복지 국가는 부단히 발전되어 왔다. 또한 복지의 과부하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가 역할의 축소 경향에도 불구하고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 지출은 지난 10년간 느린 속도이지만 꾸준히 증가했다. 복지국가란 사회 구성원 개인이 시장논리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탈 시장화’와 가족에게 의존하는 노후에서 해방되는 ‘탈 가족화’의 두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시장과 가족에 내재하는 원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고용보험, 연금 등의 사회보험과 교육과 보육 등의 사회 서비스의 제공이 복지국가의 핵심이다.

어떠한 수준의 복지를 지향할 것인가의 문제는 조세부담률을 여하히 조정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아직 한국사회의 궁극적인 복지수준에 대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빈부격차는 일반적인 신자유주의 국가들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는 단순히 경제적 층위에서의 격차의 차원을 넘고 있다. 상대적 박탈감으로 대표되는 계층 간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길은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과 포괄적 복지로의 정책을 점진적으로 심화시켜 나가는 방법 외엔 대안이 없다. 선별적 복지가 단기적으로는 분야별 정책적 정당성을 지닐 수 있으나 사회에 구조적으로 내재하는 격차의 문제를 해소하기엔 원천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복지에 대한 사회학적 인식과 철학이다.

복지를 국가가 뭔가를 나눠주는 것이라는 시혜적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 조세정책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충분한 실효성을 발휘하고 같은 수준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때 복지국가는 완성될 수 있다. 어설픈 선별적 복지의 논리는 부자와 빈자 모두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 복지는 국민이 응당 받아야 할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라는 인식이 보편화 될 때, 복지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것이라는 공짜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는 무상논쟁이 표를 얻기 위한 선거공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무상’이라는 용어의 수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이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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