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 경인일보 창간 70주년 기념 ‘로체원정대’ 이끄는 김홍빈 대장

히말라야 향한 불굴의 의지 “장애가 나를 막을 순 없다”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5-03-25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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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인일보 창간 70주년과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성공 개최를 기원하기 위한 ‘2015 한국 로체 원정대’ 김홍빈 대장이 로체로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꼭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김홍빈

두 손이 있을 땐
나만을 위했습니다.

두 손이 없고 나서야
다른 사람이 보였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만큼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보이지 않은
새로운 손이
그렇게 말합니다.


■산과의 인연 그리고 시련 / 히말라야서 다시 꾸는 꿈

1983년 대학 산악부 ‘첫발’ 스키 배워 전국대회 입상 등 기대주로 성장
1991년 매킨리서 조난 두손 잃어… 절망딛고 ‘세계 7대륙 최고봉’ 정복
장애인 산악인 최초 8천m급 14좌 완등 새도전 “희망 안겨드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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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장애인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2009년 1월 남극 최고봉 빈슨 매시프(4천897m) 등정에 도전하며 쓴 글이다.

산악인 김홍빈에게는 항상 ‘희망’과 ‘도전’이라는 수식어가 함께 다닌다. 등반 중 열 손가락을 모두 잃었지만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7대륙 최고봉을 오르는 데 성공했고 지금은 장애인 산악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천m급 14개 고봉의 완등을 목표로 도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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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를 보며 그를 아는 모든 사람은 희망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아무리 힘든 역경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도전을 이어가고 있고 그런 그의 모습을 통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잔잔한 감동과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산악인들은 그를 ‘도전’과 ‘희망’의 아이콘이라고 말한다.

경인일보 창간 70주년과 2015광주유니버시아드 성공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2015 한국로체원정대’를 이끌고 오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네팔 카트만두로 떠나는 김홍빈 대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산악계의 기대주에서 장애인으로

김 대장이 산과 첫 인연을 맺은 건 지난 1983년 송원대에 입학해 산악부에 들어가면서부터다.

그는 대학교 2학년때 광주전남암벽대회에 출전해 2위에 오를 정도로 기량이 빠르게 성장했고 1989년 말에는 동계 에베레스트 원정에 참여했으며 1990년에는 낭가파르밧 원정에 도전, 산악계의 기대주로 부상했다.

고산 등반을 위해서는 스키를 배워야 한다는 주변의 제안으로 스키를 배워 1989년 전국동계체전에 출전해 노르딕 개인전 2위에 오르는 성적을 냈다. 또 1991년 초에는 전국동계체전 바이애슬론 종목에 선수로 출전해 입상하며 만능 스포츠맨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이렇게 전도유망했던 김 대장은 1991년 5월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천194m) 등정에 도전하던 중 조난을 당해 두 손을 잃었다.

산악인에게 두 손을 잃는다는 건 더는 등반을 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김 대장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좌절해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지만 살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장애인용 운전면허증을 따 부품제조업체 화물차 운전사로 근무하기도 하고 골프장에서 굴착기 등 특수장비를 다루기도 하는 등 삶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김 대장은 “특수 장비는 잘 다뤘지만, 장애가 있어서 자격증을 따지 못했다. 장애가 생기기 전처럼 모든 것을 스스로 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안 되어 정말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래서 이렇게 지낼 바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해 보자고 생각했다. 물론 등반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꼭 이뤄내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김 대장이 목표로 세운 게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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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석 경인일보 대표이사 사장이 김홍빈 대장에게 광복 70주년, 창간 70주년 경인일보 사기를 전달하고 있다.

#장애는 불편할 뿐 나를 막지 못한다

사실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은 비장애인들도 쉽게 이루지 못하는 대기록이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천848m·아시아)를 비롯해 아콩카구아(6천959m·남미), 매킨리(6천194m·북미), 킬리만자로(5천895m·아프리카), 엘브루스(5천642m·유럽), 칼스텐즈(4천884m·오세아니아), 빈슨매시프(4천897m·남극) 등이 세계 7대륙 최고봉이다.

대륙이 다르다는 건 산의 지형과 그에 따른 생활환경도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대장은 이런 어려운 도전을 첫 번째 목표로 정했다.

김 대장의 가능성은 1997년 봄 일본 다테야마(3천15m)를 오르며 보여졌다. 그리고 같은 해 여름 엘브루스를 시작으로 1998년 여름 자신에게 장애를 남겨준 매킨리까지 4대륙 최고봉을 보란 듯이 정복했다.

김 대장은 “장애인이 비장애인도 이루기 힘든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을 해내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얼마나 터무니 없이 생각했는지. 하지만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디며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장은 “장애는 불편할 뿐 장애가 나를 막을 수 없다는 걸 보여줘서 뿌듯했고, 내 마음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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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좌절을 안겨줬던 히말라야,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히말라야는 그에게 넘을 수 없는 시련이라는 것을 가르쳐 준 산이다. 김 대장이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을 목표로 세우고 도전을 계속 이어가던 중 첫 번째 좌절을 안겨줬던 산이 바로 히말라야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였다.

한왕용 대장과 김영식 대산연 청소년분과위원장의 도움으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나섰지만, 정상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김 대장은 “매킨리 사고 때 폐부종과 뇌부종을 함께 앓아서인지 고산 적응속도가 매우 떨어졌다. 대원 모두 저를 정상에 서게 해주려고 애를 많이 썼지만 제 욕심만 차릴 수 없어서 캠프3(7천200m)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장은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었다. 고소 경험을 쌓기 위해 레닌피크(7천134m·등정), 코스클락(7천28m·등정), 가셔브룸 2봉(8천47m·등정)과 시샤팡마(8천27m·등정)를 올랐다. 이런 준비 끝에 2007년 봄 에베레스트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7대륙 등정이라는 목표를 이룬 김 대장은 이제 두 번째 목표인 히말라야 8천m급 고봉 14좌 완등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김 대장은 “제 도전을 통해 모든 분께 희망을 안겨 드리고 싶다. 그리고 장애인이지만 비장애인과 같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도 줄어들게 하고 싶다. 이번 등정은 저 하나만의 등정이 아닌 저를 응원하는 모든 분들의 등정이라고 생각하고 건강하게 완등하고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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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김홍빈 대장은?

▲ 1964년 10월 17일 출생
▲ 1989년 네팔 에베레스트(8,850m) 등반 
▲ 1990년 파키스탄 낭가파르밧(8,125m) 원정
▲ 1991년 북미 맥킨리(6,194m) 등반  
▲ 1997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등정,  유럽 엘브루스(5,642m) 등정
▲ 1998년 남미 아콩카구아(6,959m) 등정, 북미 맥킨리(6,194m) 등정  
▲ 2000년 네팔 마나슬루(8,163m) 등반 
▲ 2002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등정, 북미 맥킨리(6,194m) 등정 
▲ 2003년 키르기스탄 레닌피크(7,134m) 등정  
▲ 2006년 티베트 시샤팡마(8,027m) 등정, 가셔브룸 2봉(8,035m) 등정  
▲ 2007년 호주 코지어스코(2,228m) 등정, 네팔 에베레스트(8,850m) 등정
▲ 2008년 네팔 마칼루(8,463m) 등정, 남극 빈슨매시프 (4,897m) 등정
▲ 2009년 네팔 안나푸르나(8,091m)와 파키스탄 K2(8,611m) 등반, 네팔 다울라기리 (8,167m) 등정  
▲ 2010년 네팔 마나슬루(8,163m) 등반
▲ 2011년 티베트 초오유(8,201m) 등정  
▲ 2012년 파키스탄 K2(8,611m) 등정 
▲ 2013년 네팔 캉첸중가(8,586m) 등정
▲ 2014년 네팔 마나슬루(8,163m) 등정 
▲ 2014년 2월~ 트렉스타 홍보이사

/글=김종화기자·사진=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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