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26] 한국근대문학관

먼지 쌓인 개항기 물류창고
책의 향기 품은 보물창고로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5-03-31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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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설전시실 2층 통로의 북 카페.
해체·과거 흔적 살리는 작업 동시에… 4개동 2층 직육면체 유리통로 연결 ‘근대의 창’

사진전이 개최된 그 해 9월 세월의 흔적을 안고 진화하는 도시를 반영한 한국근대문학관이 인천의 개항장에 문을 열었다. 대한민국의 근대가 시작된 인천은 1883년 개항이후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었다. 당시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건물이 인천항 인근 곳곳에 산재해 있는데 붉은 벽돌로 지어진 물류창고들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이 물류창고 4개 동을 근간으로 재탄생했다. 근대의 기억이 새겨진 창고 속에 한국근대문학관이 들어선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과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로 마주 보고 있는 건물은 개항 초기인 1892년에 지어졌다. 현재 기획전시실로 재탄생했다. 상설전시실로 꾸며진 가운데 2개 동은 1930~1940년대 만들어졌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창고는 연대 미상이다. 4개 창고의 2층은 직육면체의 유리 통로로 이어져 있다. 창고의 특성상 창이 없어 어두운 건물 내부에 밝은 빛을 끌어들인다. 또한 관람객 및 바람의 통로로서 창고 특유의 높은 습도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 통로는 인천의 근대를 볼 수 있는 창이기도 했다.

1층과 2층의 작품과 자료를 둘러본 뒤 유리 통로를 통해 문학관 뒤편의 근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100년이 훌쩍 넘은 창고건물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쌀 창고, 김치 공장 등으로 쓰임새가 다양하게 변했다. 창고를 사용한 사람들은 비가 새면 막고 덧대고 때로는 뚫기도 하면서 창고에 변형을 가했다.

특히 1층 상설전시실의 근대 문학작품 뒤에 숨어 있는 콘크리트 벽체는 창고의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운반 트럭 등에 의해 수차례 긁히고 부스러져 표면이 거칠고 색도 흐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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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근대문학과 함께 건물이 이야기하는 100여년 전 과거를 들을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수일 후 한국근대문학관을 설계한 황순우 건축사를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황 건축사는 “한국근대문학관은 기초를 다지고 쌓는 건축의 기본적 형태를 거슬렀으며, 오히려 해체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손으로 일일이 기와를 벗겨내 지붕을 벗기고, 흙을 털어내고 창을 뜯어내는 등 건물이 ‘나체’를 드러낼 때까지 해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창고의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나무 트러스와 콘크리트 벽체, 철제 창틀과 같은 개구부는 최대한 그대로 남겼다. 무허가 건물인 네번째 창고만 철거하고 새 건물을 세웠다. 창고를 해체하면서 나온 목재와 벽돌·기와 등 기존 재료들은 벽을 새로 쌓거나 천장을 마감하는 데 다시 썼다.

황 건축사는 “기존의 트러스에서 ‘역사를 견딘 견고함’에 대한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면서 “기존 트러스를 놔둔 채 철골 기둥을 세우는 등 내진 설계를 통해 새로운 지붕을 덮는 작업에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으로 인해 공사기간은 2년이 소요됐다.

그는 이어서 “100년이 넘은 건물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닌 과거 일상의 삶을 담으면서 또 다른 100년을 목표로 재생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상의 흔적이 서린 과거의 가치에 새로운 시간을 보태려는 마음으로 설계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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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옆 건물과의 조화, 유리 등 새로운 재료와 기존 재료들과의 조화 등도 설계자가 고려한 부분이다. 건축 외적으로 시민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일본의 교토와 가나자와 아트센터, 도시 전체가 문화예술 축제의 장인 독일의 카셀도 황 건축사에게 영감을 줬다.

황 건축사는 “서양과 동양, 중앙과 지방이라는 갈등 구조 속에서 이뤄진 근대화(시간과 관계 속에서 충돌한 예술)와 함께 동시대 예술을 다룰 수 있는 공간 등 다의적 공간으로 한국근대문학관과 인천아트플랫폼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에 선정된 한국근대문학관은 인천의 근대문화유산 보전과 지역 활성화를 연계해 쇠락하는 지역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도시재생 프로젝트 중 하나로 건립됐다.

문화 정거장, 잠시 머물며 소통하고 공유하는 거점이 될 플랫폼으로서 인천아트플랫폼(시각예술)이 2009년 9월 개관했으며,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한국근대문학관(인문학 플랫폼)이 2013년 9월 문을 열었다.

■한국근대문학관 건물 개요

위치 : 인천광역시 중구 해안동2가 6-2,7
대지면적 : 1천64.4㎡
건축면적 : 771.9㎡
연면적 : 1천601.94㎡
건폐율 : 74.41%
용적률 : 138.64%
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철골조
설계: 2009년 12월~2011년 11월
공사: 2012년 3월~2013년

글/김영준기자·사진/황순우 건축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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