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다시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

이준우

발행일 2015-03-3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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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성장만 강조하는 기성세대
잘 산다는 것, 행복한 삶이
어떤 것인지 고민할 때다
젊은이들이 하고 싶은것
할 수 있도록 기회 주고
투자해야 미래가 보인다


울적해 졌다. 연구실에 있어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동네 목욕탕에 갔다. 뜨거운 물에 몸을 한참이나 담갔다가 나왔는데도 영 개운치 않다. 자꾸만 자식 같은 내 제자들이 아른거린다. 졸업을 앞둔 학부 4학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박사과정에서 죽으라고 학위논문 쓰고 있는 풀타임 대학원생 제자들이 가슴에 짠하게 들어온다. 온갖 정성으로 가르쳤던 내 아이들이 졸업한 후에 마땅히 가야 할 길을 만들어 주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마음에 속이 타들어 간다. 보내고 싶어도 보낼 곳이 마땅찮은 현실에서 한숨만 터져 나온다.

비약적인 경제성장에 비해 사회구성원들에게 성장의 결실이 골고루 분배되는 데에는 여전히 미흡한 우리 사회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의 심각한 청년 실업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뜩이나 더 암울하게 하고 있다. 단지 체감하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청년 실업률은 11.1%로 1999년 7월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이 이를 두고도 일각에서는 청년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아 대기업만 선호한다고 투덜댄다. 한 발 더 나가 스펙이나 학력은 좋은데도 정작 직장에서 요구하는 업무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고도 말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정년이 연장되어야 하고, 고령사회에서 노인 일자리사업이 더 크게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임금 피크제 없이 정년 연장을 하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높아져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청년실업을 가중한다는 고민까지 함께 논의하는 경우는 드물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지금 한국사회의 모든 상황은 철저하게 청년들의 희생을 담보한 지점에 위치해 있다. 사실 대한민국의 기성세대들은 철저하게 성장의 시대를 살아왔다. 강박관념에 가까운 성장 중심의 경제발전을 끊임없이 추구해 왔다. 그들은 하나같이 성장만 말했고, 그 대가로 오늘날의 발전된 대한민국을 손에 쥐었다. 악착같이 일해서 경제성장에 이바지하였다. 문제는 지금은 성장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향후 급격한 경제성장은 가능하지 않음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도 여전할 것이다. 오히려 삶의 질도 점점 더 나빠질 수 있다. 성장 없는 사회가 꽤 오랫동안 지속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성장만을 강조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범하는 큰 죄악이다. 이제는 성장이 아닌 우리 사회 전반을 성찰해야 할 때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행복한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의과대학’에 가고, 로스쿨이나 좋은 대학에 가거나 대기업에 취업해야만 성공했다는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는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것, 신명 나게 할 수 있는 것을 꿈꾸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삶은 열정을 찾는 것, 모험에 나서는 것, 새로운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것임을 경험하게 해 주어야 한다. 청년들의 꿈과 비전을 세워 줄 미래에 대한 삶의 기준이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기성세대들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청년들이 시도하고 실현해 내도록 격려해야 한다.

청년들의 내면에 미처 있는 줄도 몰랐던 가능성이 한계 앞에서 드디어 꽃으로 피어날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때가 되었다. 고작 200만~300만원 지원할 요량으로 청년 창업을 지원한다고 생색내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청년 창업 지역사회’ 같은 커뮤니티를 ‘세종시’ 정도 규모로 조성하고, ‘안심대출’과 같은 청년 창업자금을 유망한 청년 창업자 1인에게 최소한 2억~3억원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 물론 대출기준도 잘 정해야 하고, 창업 및 경영 컨설팅도 당연히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1만명 청년 창업가를 양성해 보자.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와 대학이 손을 맞잡고 우리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최선의 투자를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 삼성이나 LG·SK 등과 같은 대기업에서 대략 1천억원 정도씩 내놓으면 어떨까? 경제위기에 금가락지 다 꺼내던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이러한 사회적 시너지가 일어나게 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투자하면 미래는 그들이 책임진다. 생각보다 우리 청년들, 잘할 수 있다. 돈보다 사람을 키우는 것이 남는 사업일 것이다.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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