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연극 ‘미안해, 사랑한다’

연출자의 아픔 관객 함께 나누다

김성호 기자

발행일 2015-04-01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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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연극 ‘미안해, 사랑한다’의 연출자인 배우 이상희(54)씨는 막이 내린 문학시어터 객석 뒤편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아내려 애썼다.

인천 항구연극제 참가작인 이 연극은 이씨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이다. 지난 2010년 12월 LA의 한 학교에서 이씨의 아들 진수는 유학 3개월 만에 같은 한인 유학생과 다투다 숨졌다. 현지 수사 당국은 당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한다.

이씨와 그의 아내는 아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혀달라며 지난해 1월 상대 학생을 한국 검찰에 고소했지만, 아직 그 어떤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아들의 죽음과 또 한 번 마주쳐야 한다는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연극을 무대에 올린 이유는 할 줄 아는 것이 연극밖에 없었기 때문”이라며 “아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꼭 밝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 ‘미안해, 사랑한다’는 체육복을 입은 학생 여럿이 한 학생을 때리는 정지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주인공 하경(진수 엄마)은 미국으로 유학 간 아들 진수의 방에서 ‘엄마! 죽을 만큼 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들의 환영과 만난다. 불안감에 휩싸여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하경은 결국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연극은 어둡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심각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다만 재부검을 위해 사망 3년 9개월 만에 땅속에서 다시 꺼낸 아들의 관을 붙들고 하경이 절규하는 장면에서는 관객들도 눈물을 흘려야 했다.

출산으로 연극 무대를 떠났다가 주인공 하경으로 8년 만에 복귀한 손희태(41)씨는 배역에 몰입한 나머지 체중이 5㎏나 빠졌다고 한다.

이상희 연출은 “나의 시간은 여전히 사건 당일에 멈춰있다. 하루라도 빨리 진실을 밝혀 진수를 내 품 안에서 놔주고 싶다”며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는 말을 믿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씨의 아내는 100여 일 넘도록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아들 사망 사건의 진실을 밝혀 달라며 집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다음 아고라에선 이슈 청원이 진행 중이다.

글·사진/김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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