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자연도 다 같은 자연이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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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여러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
다양한 주장과 토론은
시행착오·사회적 비용 줄이고
일정한 성과도 거둘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서로 올바른
시선으로 접근하는게 중요

10여년 전 이맘때 쯤 혼자 차를 몰고 캐나다 로키산맥 안으로 들어가고 있을 때의 경험입니다. 캘거리를 벗어나 캐나디안 로키의 베이스캠프 정도에 해당되는 밴프라는 곳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고개를 넘어가는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전경에 한동안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죠. 저를 완전히 압도하는, 제가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자연이란 이름 하의 그 엄청난 규모와 모습에 할 말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한마디로 “아, 세상엔 이런 자연도 있구나!”였습니다.

‘이런 자연’은 이랬습니다. 바로 앞에 무지하게 큰 시커먼 산이 우뚝 서 있는데, 그 산은 꼭대기에서 삼분지 일 지점까지는 새하얀 빙하와 눈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산언저리에는 짙은 에메랄드 빛깔을 띤 굉장히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었고, 호수 주변에는 짙푸른 숲이 울창하게 둘러서 있었습니다. 그 전경은 그때까지 저의 상식과 경험으로는 어떻게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자연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산과 빙하와 눈, 호수와 숲이 한꺼번에 어우러져 제 시선과 머리를 강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그곳의 자연은 그때까지의 제 경험과 인식의 수준을 넘어선 곳에 있었습니다.

사회와 변화에 대한 제 믿음과 인식이 심하게 흔들렸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1970~80년대 격렬한 민주화와 산업화 시대를 겪었던 제게 90년대 초반은 회한과 무력감의 시기였습니다. 변혁운동의 규범성과 조급함에 사로잡혀 주변과 세상의 본질, 그리고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독이 서독에 흡수되고 현존사회주의가 붕괴되는 것을 목도하면서 세상을 옳게 바라보고 이해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낡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좁은 소견으로 세상을 해석하려 했던 것입니다. 세상은 실제 그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그리고 제가 믿고 있었던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는데 저의 경직된 태도와 시선은 늘 한 군데 엉뚱한 곳에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거기서 비롯된 세상에 대한 제 인식과 판단은 오류와 오판을 결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과 사회에 대한 제 쓰라린(?) 경험을 늘어놓은 이유는 요즘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주의·주장들이 올바른 관점과 논거에서 비롯된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인천에는 지금 여러 문제와 과제를 두고 많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이 격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한데, 주장과 논란들이 문제 야기의 책임 소재와도 연관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인천이 여러 면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만큼,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둘러싼 정책실패로 인한 논란과 대안에 대한 다양한 주장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처럼 여러 문제와 과제를 두고 벌어지는 자기 주장과 상호 토론은 환영할 일입니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도 아끼면서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토론은 격렬하지만 그 과정과 지향은 합리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치열한 논쟁을 겪되 끝엔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작은 과실이라도 손에 쥐어주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생산적인 토론과 논쟁을 위한 기본 바탕은 서로가 우선 올바른 시선으로 문제와 과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장과 논쟁의 자기 근거를 끊임없이 확인해 가면서 치열하게 공박하는 생산적인 토론이 지역에서 이루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제 경험으론 세상을 받아들이는 시야와 자세는 다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연도 다 같은 자연이 아니었듯이.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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