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규 칼럼

구제역 해법, 살처분 위주 방역방법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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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공무원 과로·스트레스로 사망
예기치 못한 사태 발생
매몰로 지하수오염·악취 등
2차 환경문제도 야기
철저한 검증 통해
효율적 방역체계 구축해야


지난해 말부터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장기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로인해 3월까지 경기지역 8개 시 50여개 농가에서 돼지 약 3만5천마리가 살처분 되었다. 같은 기간 경북에서도 5개 시·군 약 4만마리의 돼지를 매몰 처분하였다.

행정자치부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구제역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백서’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전국적으로 전파된 구제역으로 인해 소 약 15만마리, 돼지 약 330만마리, 기타 사슴과 염소 등을 합쳐 약 350만 마리를 살처분하였다. 살처분 보상비를 비롯한 농가 지원금액 등을 포함하여 정부재정에서 직접 지출된 비용만 3조1천759억원에 달한다.



사람에게도 전염성을 지닌 조류독감(AI)과 달리 구제역은 사람에 전파되는 질병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제역과 관련하여 이토록 많은 개체를 살처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병의 전파를 조속히 차단하고자 500m 또는 3㎞ 이내의 가축에 대해서까지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살처분을 통한 규제방식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논란, 대량 매몰에 따른 침출수 등 환경오염 문제, 보상비용의 적절성 문제, 동물복지 및 윤리적 차원의 문제들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가축의 살처분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AI) 등 가축전염병의 발생으로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전염력이 매우 높아 대규모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될 때 확산 방지 및 조기 근절을 위해 감염동물과 감염의 위험을 지닌 가축을 사전에 도살하는 조치이다. 이처럼 질병에 걸린 가축을 살처분하는 방역방법은 비교적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란치시 칙령(Lancisi’s Recommandation)’이라고도 불리는 살처분은 18세기 당시 로마 교황이었던 클레멘트 11세(Papa Clemente XI)가 전염병으로 인해 소가 떼죽음을 당하자, 자신의 주치의였던 란치시(G. M. Lancisi)에게 그 해결책을 찾으라고 지시한 데서 유래하였다. 당시 란치시는 가축의 전염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의 하나로 병든 가축을 도살하여 석회를 뿌려 매장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당시 비교적 빠르게 전염병의 전파를 막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가축전염병예방법 역시 제1종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축전염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의심되는 경우, 살처분 및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고 폐사한 가축을 매몰 또는 소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구제역 발병 현황을 보며, 일정 거리 내의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하는 현행 방법에 대하여는 의문이 있다. 초기에는 유효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빠른 속도로 국내 곳곳에 확산 된 상황에서는 유효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더욱이 발생농가 인근에 매몰지를 선정하고, 살처분 보상금의 지급 지연이라든가 매몰비용을 농가가 부담토록 한 지방자치단체의 조치 등 여러 부담으로 인해 축산농가의 은폐나 불성실 신고 시에는 방역의 효과를 사실상 얻기 어려울 수 있다.

2011년,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전파되어 살처분 업무가 가중됨으로써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사망하는 등 예기치 못한 불행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일부 환경단체는 생매장 등 살처분 방법에 비윤리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 살처분한 가축을 대규모로 매몰함으로써 발생하는 지하수 오염이나 토양오염, 악취 등 2차적인 환경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환경부가 조사한 구제역 매몰지 주변 지하수 모니터링 결과 전체 4천500여개의 구제역 매몰지 가운데 약 30%가 수질기준을 초과하는 등 오염우려지역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가축전염병예방법상 가축 매몰지는 3년간 발굴 금지되지만 3년이 지난 후에는 이들 부지를 활용해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기존 방역대의 적정성, 살처분의 경제적·윤리적 타당성, 매몰방식의 환경적 타당성, 소독약품의 효과 등에 대한 검증을 통해 보다 효율적인 방역 체계 구축을 논의할 때이다.

/소성규 대진대 법무행정대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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