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거짓말

최일문

발행일 2015-04-2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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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정치인의 진실게임은
국민들에게는 피곤한 일
그들의 주장이 진실로 밝혀져
신뢰사회 되는게 바람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실망과 배신감
어떻게 감당하란 건가


“지붕 없는 집에 눈 없는 영감이, 대통 없는 담뱃대로 담배를 태워 물고, 문살 없는 문을 열고 앞산을 바라보니, 나무 없는 앞산에서 다리 없는 멧돼지가 떼를 지어 뛰어가길래, 구멍 없는 총으로 한 방 쏘아 잡아서, 썩은 새끼줄로 꽁꽁 묶어 지게 뿔 없는 지게에 지고, 사람 없는 장터에 나가 한 푼 안 받고 팔아서 집으로 오는데, 물 없는 강물에 배를 타고 건너가는데 빈 가마니가 둥둥 떠내려오기에, 그것을 건져내어 이리저리 들춰보니 새빨간 거짓말이 잔뜩 쏟아져 나오더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인곡리에 전해온다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민담의 내용이다. 언뜻 볼 땐 그럴듯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싶어 다시 잃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터무니없는 거짓 상황이다. 그리고 다시 읽는 순간 역설적인 거짓의 연속임을 알아차리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위의 민담은 수명이 매우 짧은 거짓말이다.

자신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믿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사실인 것처럼 꾸며서 실제 표현하거나 주장한다면 이는 거짓말이 된다. 정상인도 간혹 남의 이목을 끌기 위해, 장난삼아 혹은 누군가를 돕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자신의 부당한 행위를 방어하거나 특정한 이익을 목적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거짓말은 정상인이라면 좀처럼 하지 않는 일이다. 나쁜 거짓말은 대부분 기만이고 사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쁜 거짓말은 거의 ‘의식적’이고 이를 일삼는 사람들은 자신의 거짓말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수명이 긴 거짓말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 기간 만큼에 비례하여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거나 이익의 규모가 커지길 기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금방 들통 날수도 있는 거짓말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그럴듯하게 단정해 지속해서 얘기할 정도가 되면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만이기 보다는 오히려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병적 허언과 다를 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 그리고 다양한 집단활동을 통해 진실의 가치를 배우며, 사회는 그러한 가치를 묵묵히 존중하고 지켜가는 대다수의 사람들로 인하여 건전하게 지탱된다. 우리는 그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도덕성을 지니며 신뢰 받는 사람들이 사회와 국가의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하여 진실하지 못하거나 신뢰를 잃어버려 민심이 등을 돌린 지도자에 대한 평가가 어떠했는지는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자명한 일이며, 이는 국가지도자는 물론 민간 조직의 그 어떤 경영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우리 국민들은 진실과 거짓의 외줄 타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많은 정치인을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더욱 불행한 것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아직은 그들 자신만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수명이 긴 거짓말과 수명이 짧은 거짓말이 하나둘 가려지고 있고 동시에 억울함을 벗겨 줄 진실도 밝혀지는 듯하다.

진실게임은 텔레비전의 예능프로그램에서나 재미가 있다. 하루하루 열심히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에게 소위 지도자라고 불리는 정치인들이 보여주는 일상의 진실게임은 무척 피곤한 일이다.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현재 ‘거짓말 논란’에 휩싸인 정치인들의 주장이 모두 진실인 것으로 밝혀지고 그래서 우리 사회가 불신의 사회가 아닌 참으로 신뢰사회라는 것이 명명백백하게 증명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들의 실망과 상실감 그리고 배신감을 어떻게 감당하란 말인가.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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