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돌파구에 대한 ‘뜬금포’

김방희

발행일 2015-04-23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961085_522439_4615
▲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극심한 화약고로 변하는 중동에
청년 해외취업 적극 주문
통일을 ‘대박’과 연결시킨 조급함
갑작스런 대통령의 남발은
경제재도약 전략부재 반증과
통치권자의 신뢰 얻을 수 없어


과거 청와대에서 홍보 업무를 담당했던 한 선배는 스스로도 의아한 듯 웅얼거렸다. 임기 중반을 맞은 당시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였다. “코드원(대통령을 지칭)은 외국 나가는 것을 너무 좋아해.”

국민 입장에서 당시 대통령의 잦은 외국 순방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단임제 하에서 임기 중반을 넘어서면 레임덕이 본격화된다. 그 무렵에는 정권을 뒤흔드는 권력형 비리나 국론 분열을 부르는 정책 오류가 가시화되기도 한다. 국내에서 대통령은 불안하고 무능한 존재로 전락할 때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면 달랐다. 순방 국가에서는 형식적으로만 극진하게 영접하는 것이 아니었다. 산업화와 민주주의를 이룬 한국에 대한 호감의 표시로 지극한 환대를 베풀었다. 외국 순방에 따른 경제나 산업 분야의 결실도 적지 않았다. 자신도 뭔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흐뭇했을 것이다. 과거의 그 대통령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 대부분이 임기 중후반을 외국 순방으로 소일했다.

올해 들어 박근혜 대통령도 중동에 이어 중남미를 순방 중이다. 세월호 1주기나 성완종 리스트 사태의 와중에 자리를 비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외국 순방후 허장성세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그는 3월 초 중동 4개국을 순방하고 와서 ‘중동 진출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것이 경제 재도약을 위한 하늘의 응답이자 메시지’라고 말했다. 중동 주요 국가가 경쟁적으로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상황에서 우리의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는 있다. 중동 각 지역의 분쟁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커질 재건수요에 참여할 여지도 있다. 그렇다고 현재 중동에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제 2 한강의 기적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중남미 순방 이후에도 비슷한 조어(造語)가 등장할까 걱정될 정도다.

대통령은 청년들의 중동 진출을 적극 주문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중동 지역이 이전보다 더 극심한 화약고로 변하는 상황에서, 우리 청년들이 구하는 일자리가 과연 얼마나 있겠느냐 하는 그들의 현실인식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번 정부들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청년 해외취업 사업(K-Move)으로 지난해 해외에서 일자리를 얻은 이는 5천명에 불과했다. 2월 기준으로 공식적인 청년 실업자 수가 5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청년 해외 취업자 수는 1% 정도다. 어느 모로 보더라도 해외 취업, 그것도 중동 지역이 청년실업 문제의 돌파구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은 좀 뜬금없다 싶을 정도로 경제적 돌파구 이야기를 남발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비록 국무회의에서 골프를 화제로 삼다 나온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골프산업을 활성화하라고 했다. 이는 너무 지엽적인 문제였다. 통일 대박론 역시 마찬가지였다. 통일 준비, 특히 북한의 급변상황에 대한 대비태세는 갖춰야 하지만 이를 바로 대박과 연결시킨 것은 조급한 감이 없지 않았다. 결과는 북한을 자극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고 말았다.

사실 대통령의 이런 ‘뜬금포’는 장기적이고도 핵심적인 경제 재도약 전략의 부재를 반증한다. 신기한 장소나 희한한 이야기에 갑자기 관심을 보이고 화제로 삼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진짜 경제적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통치권자가 신뢰를 얻을 수도 없고,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

이전 정부에서 경제의 돌파구로 홍보해 마지 않았던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의 결말을 돌아보라. 4대강 사업은 비용대비 효과를 두고 끝없이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심지어 자원외교는 비리의 온상이라는 의문까지 제기되는 현실이다. 이번 정부를 흔들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역시 자원외교 비리에서 비롯됐다.

시험을 앞두고 유독 더 집중해야 할 시험 과목들이 있을 수는 있다. 어떤 수험생이 별 노력도 없이 그런 과목을 두고 내 성적을 획기적으로 올려놓을 과목들이라고만 생각해 본다고 하자. 시험이 끝나고 나면 그는 이 과목, 저 과목 손만 대고 별무소득이었다고 자책할 가능성이 높다.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김방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