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네팔 한국 원정대원들, 에베레스트 '필사의 탈출기'

지축 흔든 굉음·눈사태… 순식간에 베이스캠프 아수라장
몸만 빠져나와 도보로 하산…대피한 고락셉도 '여진 공포'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5-04-27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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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창간 70주년 기념 ‘2015 한국 로체 원정대’가 본격적인 정상 등반에 앞서 만년설을 바라보며 베이스캠프에 입성하고 있는 모습. 베이스캠프에 머물던 원정대는 네팔 대지진으로 인한 눈사태에서 겨우 빠져나와 고락셉으로 대피했다. 에베레스트/김종화기자

‘벗어나야 산다’.

25일 낮 12시(현지시간)께 네팔과 티베트의 접경지역 쿰부 히말 에베레스트의 베이스캠프가 크게 흔들렸다.

한국 로체원정대가 8천516m 로체 등반을 앞두고 마지막 채비를 하고 있던 때다. 산의 떨림과 울리는 소리에 베이스캠프에 있던 1천여 명의 등반팀이 모두 얼어버린 듯 긴장했다. 이어 두 차례 여진이 느껴졌고, 눈사태가 발생했다. 평화롭던 베이스캠프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수백 명의 산악인들이 텐트에서 겨우 빠져나와 몸을 피했다. 등산 장비 대다수는 눈앞에서 순식간에 눈에 쓸려갔다. 단 한순간에 목숨이 오가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다급한 외침이 사방에서 메아리쳤다.

현지의 셰르파들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바로 전날(24일) 무사등반을 기원하는 라마제를 지냈던 터라 현지인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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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네팔 대지진으로 눈사태가 들이닥쳐 텐트들이 휩쓸려버린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모습. /AP=연합뉴스

길이 사라져 지난 25일 새벽 캠프 1·2로 올라간 등반객 수십 명이 캠프에 고립됐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설상가상으로 날은 흐렸고 눈까지 내렸다.

베이스캠프에 있던 한국인 등반대 3팀 중 김홍빈 대장이 이끄는 로체원정대와 경북 구미시 등산연맹 히말라야원정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도보로 하산을 시작했다. 등반훈련 중이던 한국산악회 히말라야원정대는 저녁에야 철수준비에 나섰다.

로체원정대는 해발 5천288m인 고락셉까지 내려와 로지에 임시 숙소를 마련했다. 하지만 누구도 잠들지 못했다. 고락셉까지 내려왔지만, 베이스캠프의 처참한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밤새 눈이 내려 캠프 1·2에 있는 등반객과 부상자들은 고립됐다.

26일 오전부터 헬기가 베이스캠프의 부상자를 병원이 있는 페르체(4천243m)로 실어나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하지만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날 낮 12시 55분께 또 여진이 발생해 등반객들은 다시 한 번 공포에 떨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왔다.

고락셉에 있는 원정대들은 페르체까지 걸어서 이동 후 헬기로 트레킹의 시작점인 루크라 공항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전혀 장담할 수 없다. 루크라에서 카트만두까지는 국내선 항공기로 이동해야 하나 이 역시 운항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홍빈 대장은 “페르체로 등산객이 몰리면서 숙소가 부족할 것을 우려해 페르체까지 가지 않고 고락셉에 하룻밤을 머물렀는데, 앞으로 3일동안 현지 기상이 더 나쁠 것이라는 예보에 다들 긴장하고 있다”며 “원정대의 건강과 무사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네팔 칼라파타르(5천550m) 등정에 나선 경기도 ‘줌마탐험대’ 31명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관계자는 “조기 귀국을 추진중이지만 카트만두 국제공항 지역에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정확한 귀국 일정은 27일 현지 공항의 발표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를 강타한 규모 7.9의 지진으로 인도, 중국 등 인접 국가까지 포함해 현재까지 6천여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한국인 피해는 부상자 3명으로 확인됐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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