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를 통해 통일의 물꼬 트기

이준우

발행일 2015-04-28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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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평양에 장애인복지관과
직업재활시설을 설치
남한의 우수한 복지프로그램
북한 전문가에 전수하는
장애인복지 지원사업으로
꽉막힌 남북관계 개선 어떨까


통일은 구호나 정치적인 수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통일을 향한 강력한 열망을 한반도라는 삶의 현장에서 풀어내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삶의 어떤 영역이든, 그곳이 크든 작든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하고 현실화시켜야만 한다.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조국이 분단된 지가 벌써 7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한반도는 북한과 남한으로 쪼개졌으나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한민족이다. 비록 정치와 이념, 언어, 문화 등 삶의 모습들이 점점 더 달라지고 있지만 그래도 말이 통하고 아직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생활방식도 일정 부분 유사하다.

당연하지만 숙고해 보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북이나 남측 모두 사회적 취약계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열악한 삶에 처해 있는 장애인들이 살아가고 있다. 남북한 모두 청각 장애인은 수화를 언어로 쓰고 있고, 시각장애인은 점자를 사용한다. 다운증후군으로 인한 지적장애인의 외형적 모습과 사회성도 유사하다. 그동안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 북녘 장애인들의 실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장애인복지가 개선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를테면 1998년에 조선불구자지원협회라는 장애인단체가 설립되어 장애인 실태조사, 재활용품 지원, 재활치료 등을 실시하였으며, 2003년에는 장애인 존중과 권익보장을 규정한 ‘장애자보호법’을 채택하여 국제사회에 장애인용품 지원을 요청하는 등 과거의 일방적인 장애인 억압정책에서 다소 탈피하여 장애인 보호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2013년 7월 3일에는 ‘장애인권리협약’에도 서명하였다. 이유야 어쨌든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했다는 자체가 획기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장애인 문제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다른 문제들에 비해 장애인 문제가 정치적인 영향을 덜 받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장애인의 인권 문제에 대한 조치들이 대외적으로 인권 존중이라는 선전 효과를 높이면서 내부적으로도 북한 체제 유지에 큰 부담을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북한의 장애인권리협약 서명 이면에는 순수하지 않은 의도가 숨어 있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은 오히려 이를 북한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인권 증진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적게는 78만명에서 많게는 200만명이나 되는 북한 장애인들의 삶은 매우 취약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북한 장애인들에 대한 권리 보장과 사회 복지적인 지원은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과 함께 북한 장애인들의 인권 개선 및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장애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같은 민족으로서 언젠가는 통일을 이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남북한 모두 장애인 문제는 함께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하는 민족의 사명임을 인식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남북한 간의 정치 상황 변동과 무관하게 북한 장애인들의 생존권, 교육권 보장 차원에서 장애인 지원 사업을 꾸준히 감당해 온 몇몇 선구적인 NGO들이 있다는 것은 대단히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 NGO를 적극 활용하여 북한 장애인을 지원하는 방안이 강구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대북지원 사업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가진 것으로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취해지는 구체적인 행동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장애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민심을 통일을 향한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남북한 사회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가장 취약한 사회계층에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은 그 어떤 명분보다도 중요하다.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장애인복지 지원 사업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평양에 장애인복지관과 직업재활시설을 설치하고 남한의 우수한 장애인복지 프로그램을 아낌없이 북한의 전문가들에게 전수해주면 어떨까? 북한도 장애인을 지원하겠다고 하면 마음을 열지 않을까? 너무 순진하다고? 조건 없이 장애인을 지원해 보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 방산 비리 등으로 술술 새어나가는 국민의 혈세만 막아도 이건 해 볼만한 일이다.

/이준우 강남대 사회복지 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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