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27] 트라이볼

건축통념 깬 거대한 곡선, 사람을 품다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5-04-28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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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대신 철선 심는 첨단기술 도입
세계 최초 역 원뿔형 구조물 실현
전시·공연장 오가는 나선형 통로
휠체어도 쉽게 이동가능 ‘열린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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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낭만주의 음악이 만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인간 중심의 사상적 조류와 함께 악기의 개량을 꼽을 수 있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강철의 자유로운 공급과 야금(冶金)의 발달로 관악기의 개량이 이뤄졌다.

1825년 피아노로 표현할 수 있는 음역은 7옥타브로 넓어졌으며, 현악기의 활도 18세기 후반에 현재의 우아하고 날렵한 형태로 자리잡는다.

악기의 표현력과 함께 연주 기교적 측면에서도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를 통해 오케스트라의 표준 편성이 확립됐으며, 피아노 작품들은 보다 거대해졌다. 이에 발맞춰 당대 작곡가들은 현재도 연주되고 있는 위대한 작품들을 쏟아낸다.

2010년 인천송도국제도시, 건축공학의 발달과 다양한 재료를 기반으로 기묘한 형태의 구조물이 들어섰다. 2009년 열린 인천세계도시축전을 기념해 건립된 이 구조물은 일반적인 건축의 상식을 뒤집었다.

무게를 지탱하고 중심을 잡아야 할 하단부는 오히려 좁고 뾰족했다. 상단부는 거대하고 맨 위 부분(천장)은 평평했다. 역 원뿔형 구조물의 상부가 하나로 연결돼 하나의 구조체를 이뤘다.

갯벌 매립지에 만들어진 인공 도시인 송도국제도시에 독특하면서도 기념비적인 건축물인 ‘트라이볼(Tri-Bowl)’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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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하철 1호선 센트럴파크역 4번 출구로 나가면 만날 수 있는 트라이볼은 천장 부분을 제외한 모든 면이 유려한 3차원 곡선으로 이뤄져 있다. 구획이 나뉘지 않는 관계로 보는 이의 시선은 자연스레 건물 전체를 둘러보게 된다.

장방형의 수경(水鏡, 수심 60㎝·가로 80m·세로 40m) 위에 떠 있는 것도 독특하다. 트라이볼의 방문객은 수경에 설치된 다리를 통해 구조물의 밑 부분으로 진입하게 된다. 방문객의 동선은 올라가고, 돌고, 건너고, 내려가는 식의 연속된 입체 곡선의 궤적 속에 있다.

이 같은 동선을 통해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 공간과 함께 전시 공간에 접근할 수 있으며, 돌아볼 수 있다.

독특한 건축물인 트라이볼은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각종 CF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각광 받으며 송도지역의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트라이볼의 탄생과 설계, 건설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봄비가 내리던 날 유걸 (주)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의 사무실(서울 양재동)을 찾았다.

유 대표는 “당초 도시축전의 기념관으로 지어질 예정이었고, 행사 후 철거될 예정이었는데, 계획이 변경되면서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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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건물로 만들게 되면서 비용과 기간이 그만큼 길어졌다. 장소도 2~3차례 변경됐다. 때문에 도시축전 당시 트라이볼은 한창 건립 중이었으며, 이듬해인 2010년 완성된다.

유 대표는 기념관으로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고 설계 당시를 회상했다.

“일반적으로 주거환경에 맞춰 건물의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고, 상부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데, 그 반대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오히려 바닥을 자연(산)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고, 인천의 바다를 형상화해서 지붕을 수평으로 설계했습니다.”

세계 최초로 구현된 ‘역 셸(易 Shell) 구조’. 건물 외관 어디에서도 직선을 찾을 수 없는 완벽한 3차원 곡선 건물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독특한 구조의 건물은 짓는데 큰 어려움을 안겼다. 수직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게 불가능해 일반적인 시공 기법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으며, 무게 중심도 위쪽에 있어서 사방으로 퍼지려는 벽체를 싸는 게 관건이었다.

벽체 철근을 교차해 촘촘한 트러스 형태로 배치한 뒤 콘크리트를 부어 넣는 ‘철근 트러스 월’과 기둥이 없어도 건물이 지탱할 수 있도록 벽 안에 철선을 심는 ‘포스트 텐션’ 공법 등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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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대표는 “재질의 발달로 건물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는 추세이고, 기술도 그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면서 “설계에서도 도면이 아닌 3D 기술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의 발달을 십분 활용해서 기념비적인 건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건물 내부는 1개 층 구조로 볼 수 있다. 열린 형태의 공간이며 외부의 곡선 형태가 내부에도 그대로 살아 있다. 낮은 각도의 나선형으로 배치된 길을 따라 걸으면 공연장까지 수월하게 올라갔다가 전시 공간으로 다시 내려올 수 있다. 휠체어도 마찬가지이다.

유 대표는 “한옥이 그렇듯이 칸을 내서 박스로 규정하지 않고 사용자들이 합리·지속적으로 쓸 수 있게 공간을 나누지 않았다”면서 “누구든 오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내부 동선 설계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트라이볼은 완공된 2010년 한국건축문화대상(대통령상)작으로 선정됐다.

유 대표는 “시공을 맡은 포스코건설과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인천시 모두 제 역할을 다해주면서 공사를 잘 끝낼 수 있었다”면서 “공사 후 어려웠던 경험과 함께 성취감도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트라이볼 건물 개요

위치 :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동 24의 6
용도 : 문화 및 집회시설
대지면적 : 1만2천300.3㎡
연면적 : 2천863.40㎡
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철골조
주요마감 : 노출콘크리트, 아노다이징 라운드 패널
설계 및 시공 : 2007년 8월~2010년 2월
시공 : 포스코 건설

글/김영준기자 ·사진/임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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