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박국양

발행일 2015-04-29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962768_524401_1638
▲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
단순히 내 이름만이 아닌
참 생각과 마음을 통해
판단하는 가치관과 인생관
변하지 않는 참 모습…
이러한 정체성을 깨달아야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데 막상 나에게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해본 적이 있는가? 만약 상대방이 ‘당신은 누구요?’ 하고 묻는다면 ‘글쎄요, 나는 납니다’라고 대답할 수도 있고 ‘나는 OOO입니다’ 하고 내 이름을 말할 수도 있겠다. 또 ‘당신의 정체성이 뭐요?’라고 묻는다면 ‘나의 정체가 무엇이냐구요? 내가 뭐 잘못했습니까?’하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질문을 받게 된다. ‘너는 왜 그렇게 사냐?’ ‘너는 누구 편이냐?’ ‘너 도대체 왜 그렇게 행동한 거야?’ 하는 질문들도 알고 보면 나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질문에 답하려면 나에 대한 나의 정체성이 확립되어 있어야 하는데 막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사는데 바빠서’ 이러한 질문을 잊어버리고 산다. 즉 내가 누구인가를 대답할 수 있는 능력은 중요한 나의 특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질문과 대답을 잊고 산다.

정체성이란 말은 ‘정체’와 ‘성’이 합친 말인데 일관된 나의 실체가 나의 ‘정체’이고 그것을 인식할 때 나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정체’는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을 인식하고 느끼지 못하면 나는 ‘정체성’이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나의 이름만이 아닌 참 생각과 마음을 통해 흘러나오는 행동을 좌우하는 밑바탕 신념이 나의 정체성인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변하지 않는 참모습, 내 본디의 깨닫는 성질, 판단하는 가치관, 인생관, 살아오면서 변형되거나 일그러진 모습이 아닌 독립적이고 예측 가능한 본질적인 참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체성(Identity)이란 ‘일관된 고유한 실체’와 그것을 ‘의식’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체성은 환경이 바뀔 때 겉으로 바뀌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쉽게 변하지 않는 나의 참모습이며 이것을 내가 주체적으로 ‘의식’할 때 소중한 나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이 확립된 사람은 ‘나는 왜 사는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에 답할 수 있을 것이며 그 정체성이 없는 사람은 당연히 대답이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면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 종일 거울을 들여다 볼 필요는 없다.

외면적으로 보이는 나의 사회적 정체성은 어떠한가? 환자가 바라보는 나의 정체성은 의사다. 학생이 바라보는 나는 현재 의대 학장으로서 학생교육의 일선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람이기를 강요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 존경받는 교수로 행동해야 하고 학생 앞에서는 나는 항상 훌륭한 선생이 되어야 하는 패러다임에 갇혀 산다. 외과의사로서 나는 경험 많고 실수가 없는 심장외과 의사로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남들이 겉으로 인식하는 나의 외면적 정체성 외에 나의 내면 깊숙이 존재되어 있는 정상적인 의식으로 표현되는 말, 글, 행동과 일치하는 정체성은 어떠한가?

개인은 내면의 정신적 존재감과 아울러 가족, 사회, 직장, 국가에 속한 사람으로서 출생지, 국가, 환경, 교육, 종교, 영향력 있는 인물 등이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 정체성은 따라서 고정된 것이 아니고 변화하며 발전한다. 고정된 패러다임이 시대의 흐름에 의해 변화하듯이 정체성도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수로서의 정체성은 내가 어떤 학생을 만나느냐에 따라 변할 수 있고 아버지로서의 정체성, 남편으로서의 정체성, 직장인으로서의 정체성도 자식과의 관계, 아내와의 관계, 직장에서의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정체성을 갖는 것은 나는 누구이며 왜 사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답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남북 분단의 시대에서 이념논쟁과 감정논쟁을 벌이고 있는 현 대한민국의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나의 정체성’은 물론 ‘우리의 정체성’을 올바로 갖는 것이야말로 현재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화두가 아닌가 고민해 본다.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

박국양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