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로체원정대 하산기] 생사 넘나든 雪山 ‘목숨 건 탈출’

김종화 기자

발행일 2015-04-29 제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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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보다 전원 생존에 감사
베이스캠프 나와 고락셉으로
여진 대비해 식당바닥서 쪽잠
바람소리에 깜짝… 공포 여전
출발지 루크라까지 갈길 막막
정상 향한 도전기 잠시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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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창간70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30일 네팔로 떠난 2015 한국 로체 원정대가 네팔 대지진으로 도전을 중단했다. 도전의 숨가쁜 과정과 등정 성공의 환희를 전하려던 원정대는 대신 천재지변이 몰고 온 참사의 순간을 전해 왔다.

여진의 공포 속에서 길이 없어진 험준한 산을 내려오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성취를 향한 도전 만큼이나 고난을 극복하는 것 역시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려는 듯, 원정대는 참혹하고도 슬픈 하산기를 전해왔다. ┃편집자주

로체 원정대는 25일 지진발생 직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5㎞ 가량 떨어진 고락셉으로 긴급 대피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물이 쏟아졌다.

등정이 좌절됐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부상자 없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저마다의 방법으로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생존에 대한 감사의 기도가 끝날 때까지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해발 5천200여m의 고락셉에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빠져나온 산악인 수십명이 넓은 식당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함께 숙박을 했다. 여진으로 건물이 무너질 경우 쉽게 탈출하기 위해서다. 산악인들은 모두 지쳐 있었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다. 바람소리에도 놀라 깨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원정대는 27일 페르체로 이동을 시작했다. 고도 1천여m, 20㎞ 거리다. 절반쯤 내려왔을 때 만난 로부체라는 마을은 원래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폐허가 돼 있었다. 무너진 집더미에 앉아 있던 한 주민은 낯선 산악인들을 보고 혼잣말을 하며 울먹였다.

“이제 곧 우기가 시작될 텐데 어디서 살아야 할까요.”

이 지역 대부분의 가옥은 화강암으로 대충 외벽을 만든 후 내부는 합판으로 바람을 막는 정도로만 지어져, 이번 지진으로 절반이 넘는 집들이 파손됐다.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는 우기에는 산사태를 일으킬 정도의 큰 비가 온다. 집도 없이 우기를 견딜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아직 어떤 구조의 손길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페르체에 도착했지만, 이번에는 트레킹 출발지점인 루크라까지 도보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막막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통과지점인 남체 마을과 빙하계곡을 연결해 주는 다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헬기가 아니고서는 산을 빠져나갈 수 없지만, 언제쯤 헬기를 얻어 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루크라에 가서도 돌아갈 걱정은 여전했다. 루크라에서 수도 카트만두까지는 기껏 30명 정도 태울 수 있는 경비행기 뿐인데, 루크라에는 발이 묶인 산악인만 수백명이 대기중인 상황이다.

김홍빈 원정대장은 “히말라야를 하산하며 만난 마을들의 모습은 너무도 참혹했다. 순박한 이곳 사람들에게 이런 큰 재앙이 발생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심정을 전했다.

한편 캠프 2(해발 6천400m)에 고립됐던 산악인 등 200여명은 28일 구조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지원 : 트렉스타, 몽벨, 쿠베

에베레스트/김종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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