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칼럼

근로자의 날과 노동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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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웅 동국대 교수·문학평론가
좁은 취업문 뚫기위해 청춘을 바치는 대학생들
21세기 지구촌은 창의력이 통하는 ‘예견된 미래’
대학, 노동없는 ‘무서운 지옥’ 대처능력 길러줘야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메이데이로 불리는 국제노동절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제정된 이 기념일은 정부나 사용자 측에서 각종 포상과 유급휴무를 후원하게 되어 있어 근로자들에겐 특별한 휴일이다. 그러나 대학에선 메이데이가 실감나지 않는다. 강의는 평소대로 이루어지고 구성원들은 특별한 기념행사 대신 하루쯤 대체 휴일을 선택할 수 있는 정도다. 메이데이는 오히려 미래의 근로자가 될 학생들을 걱정하는 날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세계적인 고민거리 아닌가. 이들 대다수가 대졸자들이라는 점에서 오늘의 대학은 점차 고민의 생산기지로 바뀌는 중이다.

항간에 떠도는 ‘인구론’은 대학정신이 실제 현실과 부합하지 못하는 시스템적 모순을 보여준다. ‘인문계 대학생의 90%가 논다’는 자조와 푸념은 정부의 고용정책에 대한 항변이라기보다, 일찍이 ‘노동의 종말’을 예고한 제러미 리프킨의 ‘피곤을 모르는 기계들에 의한 인간 노동의 탈취’라는 무서운 지옥의 묵시록을 간과한 자책에 가깝다.



지금도 도서관에서 밤늦도록 취업준비에 열중하고 있는 수많은 대학생들은 ‘근로자의 날’이 점차 폐허화 되어 가는 지구생명 공동체를 탈출해 찾아갈 수 있는 ‘희망 행성’과도 같다. 그들은 취업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열정과 청춘과 건강과 재정을 비효율적으로 투자하는 ‘낭비족’이 되어가는 것도 모르고 돌진한다. 화이트칼라의 일자리가 점차 줄어든다는 걸, 취업을 해도 10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걸 좀처럼 인정하려 않는다. 문제의 심각성은 대학에서도 이런 ‘과잉 노동력’의 위기를 체계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는 거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는 속담은 오늘의 청년들에게 소중한 교훈이다.

각국의 창업지원정책은 청년 일자리 창출의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문명사적 패러다임 시프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일 뿐이다.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고용구조를 바꾸려면 정권 교체를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에 차선 아니면 차차선이라도 찾아야 한다. 창업이 능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위험한 모험길 치고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권유하는 문법 속에는 ‘성공은 개인의 창의와 열정과 도전정신에 달려 있다’는 ‘국가책임 회피론’이 어른거리는지도 모른다.

21세기 지구촌 시민들은 어차피 이래도 어렵고 저래도 어렵다. 컴퓨터나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상상력, 시와 미술과 음악 등이 결합하는 예술적 역량들이 오히려 ‘인구론’의 위기에 대처하는 역설이 될 수 있다면 누가 유심히 귀 기울여줄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예견된 미래다. 다만 창의성은 현실적 구현 능력이 겸비되어야 꽃을 피울 수 있으므로, 미래의 대학들은 과감한 혁신을 통해 노동이 사라지는 ‘무서운 지옥’의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종합적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최근, 외국대학을 졸업한 뒤 그곳에서 대학관련 유통시스템으로 창업한 후 우리나라에 지사를 세우고 싶어 방한한 한국 청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아이템을 보니 흥미로웠다. 대학 내 단체 티셔츠나 학과 점퍼 등에 대한 유통시스템을 개발하여 학생들의 상권을 보호하고 대학들이 상표와 상호 등의 지적재산권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 공급이 핵심개념이었다. 마침 여러 대학들이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되어 이 같이 참신한 사업 아이템을 지원하도록 하기 때문에 그 제도를 소개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했다. 나는 이 도전적인 청년이 성공하길 바란다. 그는 ‘무서운 지옥’에 미리 대처하고 있는 ‘퍼스트 무버’이며, 각 대학과 제휴하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는 창의적 상상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길 속에 대학의 내일을 희망적으로 꿈꿀 수 있는 새로운 사례가 보이기 때문이다.

/윤재웅 동국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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