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 26패, 선수 탓만 하는 kt위즈

이영재

발행일 2015-05-06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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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 논설위원
1승위한 기존선수 보직파괴 ‘변칙야구’ 안돼
‘당장 트레이드’하기보다 미래위해 그들을 지켜야
프랜차이저 마저 버린 ‘감독 능력’ 팬들 의심 시작

1993년 시즌 후 LA다저스 프레어 클레어 단장, 토미 라소다 감독, 프랭크 조브 주치의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178㎝ 78㎏의 체구, 역동적인 투구 폼, 강속구 등 부상을 일으킬 ‘위험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작은 체구의 투수 트레이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17세에 다저스에 입단한 도미니카 출신의 프랜차이즈 투수였다. 이들은 그가 체형과 투구 조건으로는 오래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데 의견일치를 보고, 몬트리올 엑스포스 2루수 델라이노 드실즈와 맞바꿨다. 하지만 이 트레이드가 메이저 리그 역사상 ‘가장 바보같은 짓’이었음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가 미국 메이저리그의 4대 슈퍼에이스 중 한명이었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즈다.

미국 메이저리그 부자구단들은 자체적으로 팜(farm)시스템을 운영해 선수를 키운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구단은 마이너리그 팀과 계약을 맺어 일정 기간 선수를 위탁 관리하다 실력이 인정되면 메이저리그에 데뷔시킨다. 다저스의 페드로도 이런 경우다. 이들을 프랜차이저(franchiser)라고 한다. 이들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끔찍하다. 뛰어난 프랜차이저를 보유하기 위해 구단이 지출해야 할 돈도 엄청나다. 유망주를 발굴해 계약하고, 다른 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그만큼 많은 돈을 선수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프랜차이저만을 보기 위해 구장에는 홈 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그것이 무시할 수 없는 프랜차이저의 힘이다.

지난 토요일 저녁, 연패에 시달리던 kt위즈가 프랜차이즈 선수인 투수 박세웅을 비롯한 이성민, 조현우, 안중열 등 젊은 선수 4명을 롯데로 보내고 대신 5명을 받는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다. 3승 26패(승률 0.103)로 사실상 전력분석이 무의미할 정도가 돼버린 kt위즈가 얼마나 1승이 다급했으면 신인 1차지명한 프랜차이저 선발투수 박세웅을 보내야 했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연패 책임으로 감독이 옷을 벗는 것은 수없이 봤어도, 전도양양한 프랜차이저를 데뷔 첫해 그것도 한달만에 트레이드 하는 것을 그동안 본 적이 없다. 조범현 감독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박세웅을 보낸 것이 득이었는지 실이었는지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그 책임은 반드시 누군가 져야 한다. 확실한 것은 이제 박세웅은 다시는 kt위즈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페드로가 다저스에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듯이 말이다.

kt 위즈가 이 지경까지 된건 야구단 창단을 주도했던 이석채 전 kt 회장이 퇴진하면서 예견됐었다. 지금 모든 매체마다 추가 지원을 통한 자구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걸 모기업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한화이글스의 돌풍은 모기업의 지원 탓도 있지만, 야신 김성근 감독의 뛰어난 리더십에 힘입은 바가 더 크다. 야구는 투수놀음이지만 감독놀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kt위즈 팬들은 비록 전패를 한다해도 열심히 뛰는 신생팀의 패기를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1승을 위해 기존 선수의 보직 파괴를 통한 변칙야구를 해서 젊은 선수들을 혹사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kt 위즈의 투수 운용은 이미 변칙적이다. kt위즈의 미래는 팀내 젊은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성장해 주느냐에 달려 있다. 당장 전력감이 필요하다고 그들을 트레이드하기보다 미래를 보고 그들을 지켜야 한다. 그것은 감독의 몫이다. 감독은 떠나면 그만이지만, 선수는 오래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kt위즈는 주전으로 뛰고 있는 고참선수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kt위즈가 없었다면 그들은 아마도 어느팀에서도 1군 주전 선수로 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kt위즈는 그들에게 마지막 무대다. 뼈가 부서지도록 뛰어야 하는 이유다. KBO도 놀랐다는 지금의 처참한 기록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감독에게 있다. 26패중 적어도 3~4승은 감독의 능력으로 건질 수도 있었다. 급하다고 해서 프랜차이저 마저 버리는 작금의 상황에서, 이제 팬들이 슬슬 감독의 능력에 심각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을 조 감독은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이영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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