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어린이 창작음악극 ‘할락궁이의 모험’

‘즐기며 배우는’ 신화와 전통

신현숙 기자

발행일 2015-05-07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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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어린이 창작음악극 ‘할락궁이의 모험’이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에서 11일까지 열린다. 지난해 초연돼 많은 사랑과 박수를 받은 이 작품은 제주도 무속신화 ‘이공본풀이’를 재창작한 작품으로 악사들이 현장에서 곡을 연주하는 흥겹고 생생한 공연이다.

연출을 맡은 이병훈은 “우리 전통은 우리 음악과 춤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즐기면서 몸으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극의 줄거리는 ‘이무기 천년장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엄마를 구하기 위해 ‘서천꽃밭’으로 아빠를 찾아 멀고 험한 길을 떠나는 아들 ‘할락궁이’의 모험이다.

수많은 난관을 거쳐 아빠를 만난 할락궁이는 아빠가 건네준 ‘피살이꽃’, ‘살살이꽃’, 그리고 ‘혼살이꽃’으로 엄마를 살려내고 온 가족이 서천꽃밭에서 행복하게 살게 된다. 가족애와 ‘악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게 된다’는 교훈을 재미있고 깔끔하게 풀어냈다.

공연은 ‘생불할망’이 객석에 앉은 어린 친구들에게 ‘서천꽃밭’ 노래와 능청스레 ‘얼씨구 좋다!’라는 추임새를 가르쳐주는 ‘길트기’로 시작된다. 이어 출연배우들이 길놀이를 하며 객석에서 들어온다.

그 바람에 아이들은 객석의 구분 없이 극장 안이 전부 무대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할락궁이와 이무기 천년장자, 그리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유연하고 자연스러워, 객석의 아이들은 할락궁이에게 틈틈이 훈수를 둘 정도로 무대와 객석이 흥겹게 호흡했다.

무대에는 ‘서천꽃밭’이 그려진 두 쪽 병풍 하나만 세워져 있다. 병풍이 하나로 합쳐지거나 분리되면서 다양한 공간을 만들 때 마다, 어린이들은 상상의 날개를 펼친다. 연출가의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간결하고 아름다운 공간 구성이다.

이러한 장치는 미학적으로도 뛰어나지만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한껏 부풀려 나름대로 다양한 이미지를 그려보게 하는 예술교육 효과도 있다.

부평구문화재단이 만든 ‘할락궁이의 모험’은 어린이 창작음악극으로서 완성도가 높은 공연이다.

어린이의 감성과 눈높이를 존중하는 세심한 배려로 공들인 음악극 한 편을 어린이날에 선사할 수 있다니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어린이들에게 우리 전통음악을 듣고 즐기고 사랑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공연은 그 의의가 크다.

글/신현숙(덕성여대 명예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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