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기

[FOCUS 경기] 농가 고소득 육성정책 빛보는 양평군

돈버는 농촌으로 변화 ‘부농의 꿈’ 무르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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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숙박 등 제공 33개 체험마을 운영
외국인 팜스테이·된장만들기 체험 개발
농산물값 하락에 흔들리지 않는 체질로

로컬푸드직매장 개설·온라인판매 강화
6차산업지원센터 세워 컨설팅 등 도움
농가형 레스토랑 현실화 제도개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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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적으로 산간에 고립된 양평군 청운면 여물리마을은 고작 텃밭 일구는 것이 농사의 전부였다. 더욱이 상수원보호지역에 포함된 탓에 상업적인 발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오지였다.



그러던 2012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귀향한 김미혜(53)씨를 위원장으로 150여가구 주민이 합심해 체험마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조합은 팜마켓(로컬푸드직매장)을 설립했고, 외국인 팜스테이와 100년 고가(古家)를 활용한 된장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자전거 트레킹 코스와 묶은 캠핑장도 선보였다.

현재 여물리 마을은 연간 3만여명이 찾아와 주민들이 기른 수박·딸기·고구마 등을 수확해 먹고 팜 마켓의 친환경농산물을 사가면서 해마다 수억원의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다.

# 33개 농촌체험마을 중앙 집약 관리, 중소농들 ‘농업 외’ 소득 증가 고무적

양평군이 농업인 수익창출 모델로 중요하게 여긴 한 가지는 농촌체험이다. 군은 2000년대 중반부터 ‘양평농촌나드리’라는 조직을 가동해 체험마을을 집약 관리했다.

농촌나드리는 체험마을 초기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면서 도농교류지원, 1사1촌맺기사업 등을 병행해 방문객을 확보했다.

33개 체험마을은 농촌나드리를 통해 마치 놀이공원처럼 일사불란하게 마케팅을 펼쳤다. 마을별 스토리·체험·음식·숙박·농산물·교통 등의 정보가 실시간 안내됐다.

도시민들은 체험마을서 자란 돼지로 돈가스를 해먹고, 찹쌀과 팥으로 찹쌀떡을 즐겼다. 물고기 잡기, 썰매 타기 등 계절놀이는 기본이었다. 양평을 떠나기 직전에는 마을 팜 마켓이나 로컬 푸드매장에 들러 자연의 산물을 안심하고 담아갔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양평 농업인 수익구조에 의미 있는 변화가 감지됐다. 중소농(0.5~1.0㏊)의 농업 소득은 감소하고 있으나 농외 소득이 2005년 700여만원에서 2013년 1천579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농산물가격 동향에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체질로 바뀐 셈이다.

농사만 지어서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김선교 양평군수는 “벼농사로는 자식 대학 한 명 졸업시키기 힘들다”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생산에서 가공·체험·유통·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면 농업인도 남부럽지 않게 잘 살 수 있다”고 자신했다.

1970년대 팔당댐 준공으로 수도권·상수원 중첩 규제에 발목 잡힌 양평은 환경을 보전하며 지역 소득을 창출할 방안을 연구, 일찍이 친환경농업을 주목했다.

이후 ‘3차 5개년 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해 착실히 진행한 끝에 전국 최초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됐고, 전체 농가의 20%인 1천650농가가 친환경 인증을 받아 연 매출 1억원 이상 부농이 지난해 345곳에 이르는 성과를 내고 있다.

# 생산장려로는 부족, 판매 직접 나서, “농업인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어”

단순히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고소득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과거 양평의 친환경농산물은 복잡한 유통망을 거치며 가격으로나 이미지 측면에서 도심 소비자에게 별다른 매력을 안기지 못했다.

이에 양평군은 양평지방공사와 함께 유통구조부터 개선, 품질이 보증된 싱싱한 농산물을 값싸게 내놓았다. 그래도 농업인에게는 더 이익이었다. 직접 판매에도 가세했다. 양평물맑은시장과 서울 서초지역 등에 로컬푸드직매장을 개설해 회원을 유치하고 온라인판매를 강화했다.

직매장에서는 블루베리로 만든 피자, 한우에 뽕잎과 표고를 더한 삼합, 유명한 양평산나물이 함유된 고추장주물럭 등 친환경농산물 가공품이 소비자들의 오감을 사로잡았다.

양평군은 지난해 11월 ‘로컬푸드 전국대회 in 양평’ 국제행사 개최를 계기로 범군민 로컬푸드운동을 시작했다. 아울러 올해를 농업 발전의 초석을 다지는 기회로 보고 그린투어를 헬스투어리즘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1·2·3차 산업 간 컨트롤타워인 ‘6차산업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앞으로 고부가가치 품목 개발, 고객관리통합시스템, 교육·컨설팅 등을 담당하며 아시아 친환경농업 허브도시로의 도약을 노린다. 돈 벌려면 도시로 가야 한다는 말이 양평에서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하지만 해결돼야 할 장벽도 있다. 친환경 콩류를 생산하는 김모씨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가형 레스토랑을 장려하고 있는데 농업진흥지역(농지)에는 음식점을 허가받을 수 없다. 농사일로 바쁜 사람들이 읍내에 따로 레스토랑을 차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현행법으로는 마을에서 음식점 경영은커녕 농산물 가공조차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이 같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제도를 뒷받침한다면, 양평의 ‘1억원 이상 2천500농가 달성’의 꿈은 성큼 다가올 전망이다.

양평/심재호·서인범·김우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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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kim@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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