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자원봉사활동 체계정비 계기 삼아야

최일문

발행일 2015-05-2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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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대다수 자원봉사자
충분한 사전 교육이나
훈련없이 위험한 현장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
관리자들 컨트롤타워로서의
역량 키우는데 집중해야


행정기관의 구호활동은 주로 획일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명령과 통제가 주요 조직원리로 작동하는 관료제로 인해 소수자의 요구를 무시하게 되고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 또한 외부 변화에 신축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직성을 띠게 된다. 그래서인지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화재, 태안 원유유출 그리고 최근의 세월호 침몰사고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이를 직접 관리해야 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의 대응능력은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반면에 재난현장에서 보여 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 활동은 오히려 공공부문에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재난관리에 있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연계는 필수적인 사항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자원봉사 참여는 재난의 예방과 대비·대응·복구 등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난현장에 모인 다양한 자원봉사자와 단체들의 역할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적절한 활동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따라서 혼란을 피하고 체계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관리자의 개입과 역할조정이 요구되는데 이것이 자원봉사활동체계의 개선 이유다.

자원봉사활동체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 재난방지 경험을 바탕으로 내·외부 실패 요인을 분석해 성공적인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요인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연구에 따르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재난현장에서는 총괄관리체계가 없어 자원봉사자들이 우왕좌왕했고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임의대로 활동해 혼란을 가중시킨 바 있다.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시에는 임의적인 봉사활동 참여로 봉사자의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인한 낭비가 심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의 경우 자원봉사 인력 증가분에 비해 방제물품 부족현상이 발생한 것은 인력활용과 물품배분에 대한 계획, 자원봉사 인력계획과 운영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게다가 대부분의 재난현장에 참여하는 다수의 자원봉사자는 충분한 사전 교육이나 훈련이 없이 위험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현장에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사고의 경우에도 “자원봉사자들이 몰렸지만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관리자들이 컨트롤타워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지난 4월 17일 안산에서 개최된 한국자원봉사포럼에서의 지적이다.

대형 재난일수록 광범위한 영역에서 장기적이고 다양한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요구된다. 하지만 행정기관에서는 긴급구호를 중심으로 한 업무 편중·폭등으로 자원봉사자나 단체의 활동에 체계를 갖추어 주고 역할분담과 조정을 수행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인식돼 왔다. 결국 민간부문에서 사전에 봉사단체를 중심으로 수평적 네트워크 형태의 협력체계를 갖추어 놓고 재난발생 시에는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단계별로 단체별 특성에 맞는 역할을 조정, 운영하는 방안이 그간의 사례연구에서 밝혀진 문제점 해결의 대안 중 하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전국에서 모여들어 활동한 자원봉사 단체는 7천여개, 자원봉사자는 6만여명에 이른다는 것이 전라남도 자원봉사센터의 발표다. 재난사고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불행하게도 대형 재난사고가 또 일어난다면 세월호 사고의 사례와 같이 수천 개의 단체와 수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 정도 규모라면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자원봉사의 차원을 넘어서도 훨씬 넘어서는 구조적인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정부에서는 재난 자원봉사활동의 촉진자로서 그리고 적극적인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재정립, 강화해 주기 바란다.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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