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사람·28] 인천 동춘동 성당

신자들만 누리긴 아까웠다, 탁 트인 이 공간

김영준 기자

발행일 2015-05-26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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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중심 신보다는 인간에 방점
뾰족하고 어두운 성당이미지 탈피
조명·개방성 높여 지역소통 꾀해
오래 머무르라고 ‘경사로 완만히’
거부감없는 주민쉼터 바람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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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만들어 내길 좋아하는 예술가들이 왜 반대로 덜어내고 줄이는 걸까? 아마 본질에 닿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이다. 장식이란 필요에 의해 부가된 눈요기에 불과할 것이다. 쓸데없이 달라붙은 것들을 덜어낼수록 본연의 의미에 가까워진다는 기대가 숨어있다. ‘어떤 건축-꽤 인간적인 그래서 예술적인 건축 이야기’(최준석 씀, 바다출판사 펴냄) 中

해마다 선진 건축문화를 유도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에 기여한 건축물의 설계자와 건축주를 선정해 시상하는 인천시는 2012년 10월, 그해 인천광역시 건축상 수상작으로 ‘동춘동 성당’을 선정했다.

당시 건축상 심사위원회는 대상 수상작 선정 이유로 “‘동춘동 성당’은 지역 주민과 연계성을 고려해 설계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이달의 ‘공간과 사람’은 종교시설이면서 외부와 소통도 적극적으로 꾀하는 천주교 인천교구 동춘동 성당을 찾았다. 성당을 설계한 허민호 건축사와는 서울 강남구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연수구 동춘2동 주민센터 뒤편의 아파트촌과 마주보고 있는 동춘동 성당의 후면은 대건고등학교와 박문초등학교, 봉재산이 자리잡고 있다.

허 건축사는 “앞뒤로 긴 대지 조건에 도시 주거지와 본당, 후면에 있는 학교와의 관계 설정이 주요 인자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동춘동 성당은 높고 뾰족한 고전적인 모습의 성당과 달리 하얗고 매끄럽다. 세련된 현대미가 넘치는 성당의 방문객은 입구의 계단을 올라 가장 먼저 중정(中庭)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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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정은 동춘동 성당 건축의 핵심이다.

허 건축사는 “계획 초기부터 이 중정의 성격 부여는 주요 과제였다”면서 “적절히 폐쇄적이지만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단지 신자들만의 공간이 아닌 주위 주민들도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건축적 쉼터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중정은 각 건물의 회랑(回廊)공간에 의해 확장되며, 상호 관계성을 만들어 낸다. 중정은 본당 1층 연회실의 투명한 공간을 통해 확장되며, 후면의 사제관 중정까지 이어진다.

“동춘동 성당은 혼배미사를 보는 곳이에요. 종교시설로서 본당과 교리실, 사제관, 사무실 등 각각의 성격에 맞는 폐쇄적인 부분도 있어야 겠지만, 적절하게 개방되어서 성당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주변에 보여지고 알려지면서 주민들과 소통한다면 자연적인 선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정을 가로질러 전면에 보이는 커다란 본당은 방문객을 심적으로 압도하지 않는다. 조형적 절제가 성당이 갖는 위압감을 줄였기 때문이다. 밝은 본당 내부도 적절한 빛의 차단으로 성스러움을 구현한 고풍스런 성당의 모습과는 거리를 둔다.

허 건축사는 “커다란 벽면을 비대칭의 사선 면으로 처리하고, 1층 부분을 회랑으로 구성해 성당으로서 최소한의 기호를 부여했으며, 동시에 보다 가볍게 보이도록 했다”면서 “본당 또한 밝고 친근한 공간으로서 구현됐다”고 설명했다.

회랑이나 본당의 창문 등 코드는 고전적이면서도 ‘성당은 이래야 한다’는 선입견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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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성장에 따라 최근 들어 유럽에서도 ‘종교시설은 이런 곳’이라는 정설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종교시설이 ‘신’으로 점철되었다면 근래 들어 ‘사람’의 측면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죠. 동춘동 성당도 그와 같은 문화의 흐름에 따라 설계됐습니다.”

동춘동 성당의 긴 동선도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입구의 계단을 올라 중정을 둘러싼 회랑 공간을 거쳐 경사로(RAMP)를 지나 본당에 이르게 된다. 본당 건물에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방문객들은 눈에 보이는 경사로를 오르게 된다.

허 건축사는 “약한 경사도의 긴 램프는 의도적으로 계획된 부분”이라면서 “머무는 시간을 보다 길게 하기 위한 의도였으며, 외부 대지와의 경계벽 역할, 또한 중정의 공간을 완결 짓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 시스템을 설치해 성당의 에너지 비용을 상당부분 줄였으며, 100면이 넘는 지하 주차장 또한 지역과 소통하려는 설계자의 의도가 담긴 부분이다.

허 건축사는 “성당의 설계기간은 1년 정도였는데, 발주처였던 동춘동 성당과 시공을 맡은 LIG 건설 모두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면서 “종교의 주요 기능 중 사회적 기능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동춘동 성당의 주변과 함께 호흡하는 역할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허민호 건축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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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건축공학과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한 허민호 건축사는 (주)창조건축과 (주)에이마 건축을 거쳐 현재 (주)다스 퍼슨스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건국대와 서원대 등에서 설계 강의를 했으며, 주요 작업으로는 동춘동 성당, 부산 센텀 사이언스파크빌딩, 재능문화센터, LIG ADP성남사옥, 김천예고 정산아트홀 등이 있다. 2012년 인천광역시 건축상을 받았다.

■동춘동 성당 건물 개요

위치 : 인천광역시 연수구 동춘동 261-1
용도 : 종교시설(성당 및 부속시설)
대지면적 : 4천394㎡
건축면적 : 1천705.21㎡
연면적 : 6천88.01㎡
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 : 철근 콘크리트조
외부마감 : 모노쿠쉬, 드라이비트
시공기간 : 2010년 12월~2011년 12월
시공 : LIG건설(주)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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