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각서 공화국

이한구

발행일 2015-05-2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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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정치인, 전시효과만 노린 뻥튀기 실적 불구 집착
준비 부족과 정권 바뀌면 ‘나몰라라’ 더 큰 문제
국부 유출·국위 손상 ‘MOU 남발’ 책임 물어야


지난주 국민들의 관심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의 방한 관련 선물 보따리였다.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이 중국과 함께 이머징마켓 리더로 부상하는 탓이다. 양국 정상은 한인도 이중과세방지협정, 에너지신산업 협력, 해운물류협력 등 7개 분야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인도의 ‘메이크 인 인디아’정책과 한국의 창조경제가 접목될 경우 양국 모두의 제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기대치를 높였으나 국민들의 반응은 별로인 듯하다.

MB정부에 눈길이 간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대통령’ 운운하며 당선과 동시에 자원외교를 서둘렀다. 2008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니제르반 바르자니 쿠르드자치정부 총리와 MOU를 맺어 우리나라 2년치 소비량에 해당하는 19억 배럴의 크루드유전 개발권 확보란 대어를 낚았다. 선거 열기가 체 식지도 않은 터여서 국민들은 상당히 고무되었다. 그러나 후일 대부분의 광구에서 기대매장량에 크게 못 미쳐 한국석유공사는 계약체결과 함께 쿠르드정부에 건넨 ‘서명보너스’ 2억1천140만 달러와 탐사비 1억8천868만 달러 등 총 4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MB정부는 2008년 이후 71건의 해외 자원개발MOU를 체결했으나 본 계약이 성립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이 전 대통령 형제가 직접 체결한 MOU건수는 45건에 총 1조4천461억 원이 투입되었으나 회수액은 ‘0원’이었다. 발등 데고 수모까지 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2009년 2월 23일에는 방한한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과 35억 달러 상당의 이라크북부 바스라유전 개발MOU를 맺었다. 당시 정부는 ‘가뭄의 단비’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석유공사는 이라크정부에 의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등 한국의 이미지만 흐렸던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껏 움츠렸던 국민들은 ‘닭 쫓던 개’꼴이 되고 말았다.

지방자치단체라고 예외는 아니다. 2007년 10월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와 프랭스 스타넷 USK 사장간에 체결한 ‘유니버설스튜디오 코리아리조트 양해각서’가 상징적이다. 경기도와 USK컨소시엄은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내에 5년간 2조9천억원을 투자해서 테마파크, 테마호텔, 스파센터 등 세계최대의 관광단지를 조성해 2012년에 오픈 한다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했다. 5조5천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천900억 원의 조세수입, 15만 명의 신규고용 등을 장담했으나 8년여 동안 경기도와 화성시, 수자원공사와 롯데그룹 등 이해당사자 간에 힘겨루기하는 사이에 유니버설스튜디오 프로젝트는 슬그머니 중국 베이징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경기도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버금가는 국제테마파크 건설을 호언하고 있으나 화성시민들의 상심(傷心)은 쉽게 치유되기 힘들 전망이다.

경기도민들의 실망은 이뿐 아니다. 경기도는 김문수 전 도지사 시절 22개국에 33회나 투자유치 해외출장에 나서 총 185억7천만 달러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합작기업들의 대응투자액(매칭펀드)을 제외할 경우 순투자액은 63억8천만 달러인데 그나마도 실제 집행된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은 2014년 7월 기준 26억 달러이다. 경기도가 발표한 185억7천만 달러의 14%에 불과한 것이다.

양해각서란 내용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구속력이 없음에도 국내 정치인들은 외국과의 MOU에 목을 매고 있다. 오죽하면 해외에서 한국을 ‘MOU공화국’이라 조롱할까. 그렇다고 MOU가 비난받아서는 안된다. 먹거리 대부분을 해외에서 찾아야 하는 국내 실정을 고려할 때 해외 자원은 물론이고 자본의 국내유입은 다다익선이다. 전시효과만 노린 뻥튀기 실적들이 화근이다. 사전준비 부족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 몰라’라 하는 관행은 더 큰 문제이다. 박근혜정부에서도 부실MOU 소문이 들린다. 인천시민들은 인천시와 두바이투자청간의 36억 달러짜리 검단 퓨처시티사업이 불발될까 노심초사이다. 국부(國富) 유출과 국위(國威) 손상은 물론 민심까지 멍들게 하는 양해각서 남발에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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