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인재 육성

오대영

발행일 2015-06-02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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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스펙대신 능력 더 중시하려는
사회분위기 조금씩 변화
대기업·공기업들도
전문분야 경력 소유자 선호
전문가되려는 노력 확산
창의적 인재 탄생 기대 가져


지금 대학생들에 비하면 50대 세대는 엉터리 대학생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시국 문제로 인해 대학에서 휴강하는 일이 잦았고, 좋은 학점 따거나 영어 공부하는데 열중하기 보다 사회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반면 요즘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는 전쟁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하다. 학점 관리부터 이른바 스펙을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한다. 쌓아야 하는 스펙의 종류도 계속 늘어서 ‘취업 스펙 9종 세트’라는 말도 나왔다.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공모전 입상·인턴경력·성형수술·사회봉사를 이르는 말이다. 이 말마따나 우리 학생들은 실력이 있고, 경험도 많고, 잘 생기고, 인성도 좋은 모범생에 팔방미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스펙을 만들기 위해 1년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측은하기도 하다.

그런데 학생들을 보면서 가끔 “50대 세대는 대학시절, 지금 학생들보다 많이 부족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No”다. 물론 지금의 대학생들은 50대 세대보다 더 착실하고, 미래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50대 세대에 비해 그들이 얻지 못하는 것이 있다. 무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넓고 깊게 생각하는 사고력과 자기만의 생각이다. 우리 학생들이 너무 바쁘게, 그리고 동시에 많은 것을 해야 하다 보니 하나를 제대로 해볼 수 있는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50대 세대는 비록 대학시절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다양한 스펙도 쌓지 못했지만,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생각할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갖고 있었다. 당시 대학에는 동아리 형태의 각종 학회가 많았고, 많은 학생들은 친구들과 세미나 형태의 독서클럽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서 특정 주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갔다.

깊이있는 사고력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성과 문제해결능력으로 직결된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현상 중심의 기술보다는 현상의 기본원리를 이해하는 인재가 더 요구된다.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아무리 현상이 빨리 변해도 쉽게 대처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시대에는 사물의 기본 이치를 배우는 철학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과 자연의 기본 이치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 현상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주도하는 인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가 융·복합을 강조하면서, 특히 인문학을 중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현상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정신적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격화된 팔방미인보다는 창의적인 인재들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취업문화가 절실하다. 그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특성화 인재를 육성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이 대학에 대해 당장 써먹을 사람을 키워달라고 요구하고, 학생에게는 스펙쌓기를 ‘강요’한다면 진정한 인재 육성은 어렵다.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도 조금씩 스펙 대신 능력을 더 중시하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탈 스펙’을 선언했고,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전국 11개 지역에서 취업박람회를 주관하거나 후원하는데, ‘스펙깨기 능력중심 채용박람회’도 열린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2013년부터 지원자격 기준을 폐지하고 스펙 사항을 면접관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채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해 수학강사·의류사업자·핸드볼 국가대표 상비군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재들을 뽑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더 확산되면 우리 학생들이 스펙쌓기보다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우리 사회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늘어나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오대영 가천대 언론영상광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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