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

송진구

발행일 2015-06-03 제1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972584_534587_1703
▲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도전이 두렵다는 것은
도망갈 구멍이 있다는 뜻
올인하지 않는 도전은
결코 성공하지 못해
진정 원하는걸 얻으려면
죽을 힘을 다해 맞서야


장사익 선생의 ‘하늘가는 길’ 앨범을 처음 구매한 때가 20년 전입니다. 한 맺힌 듯 구성진 그 목소리가 마음 깊은 곳을 울려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몇 해 전에 장사익 선생과 오붓하게 저녁을 하면서 사연을 들어보니 그의 노래가 눈물 나는 이유가 따로 있었습니다. 고향이 충청도 광천인데 농사짓는 게 싫어서 은행원이 되려고 선린상고에 진학을 합니다. 그러나 보험회사 외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죠. 7남매 중 맏이였는데 당시에는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그의 고난은 시작됩니다. 가구점 총무, 독서실 매니저, 전파상, 노점상, 카센터 등 25년 동안 무려 18개의 직업을 전전합니다.

그러다 그는 45세 때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앞으로 딱 3년만 내 뜻대로 살아보자.” 마지막으로 배터리 가게를 정리한 그는 쇄납연주자로 93년·94년 2년 연속 전주대사습 장원을 따내는 기록을 세웁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노래를 시작해서 현재에 이른 것입니다. ‘찔레꽃’ ‘봄비’ ‘님은 먼 곳에’를 들으면 그 짜릿함에 지금도 눈물이 흐릅니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더군요.

“저도 노래를 하기 전에 사회생활을 25년간 하면서 18번의 직업을 전전했지만, 이렇게 뒤돌아 보니까 열심히 했다고는 하는데, 죽을 힘을 다해서 한 것은 아니었더라구요. 그런데 태평소를 분 그 삼년 동안은 죽을 힘을 다해서 치열하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길이 열리고 보이더라구요.”

법구경에 ‘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는 현자를 가까이 하여도 그 지혜를 알지 못하고, 지혜로운 자가 현자를 가까이 하는 것은 혀가 음식 맛을 아는 것과 같이 비록 잠깐의 순간이지만 참다운 진리를 안다는 뜻입니다. 국자는 늘 국솥에서 국그릇으로 열심히 국을 나르지만 정작 국 맛을 모른다는 얘기입니다.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을 종종 봅니다.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그저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합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다고는 하지만 영혼 없이 그저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입니다. 영혼 없이 하는 일은 울림이 없습니다. 울림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죠. 다른 사람을 움직이고, 자신이 인생을 바꾸려면 영혼을 걸고 해야 합니다. 거기에 완전히 몰입해야 하는 것입니다.

도심에서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면 피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벌판에서 소나기를 만나 온몸이 흠뻑 젖으면 비는 더 이상 피할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사랑이 시작될 때면 썸타고 밀당도 하죠. 서로 간에 재기도 하고, 일정한 거리도 유지하지만 사랑에 빠지면 목숨을 걸죠. 그때는 사랑을 위해 물불 안 가립니다.

도전도 이와 유사합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고려도 하고 계산도 하지만 일단 도전에 미치면 역시 물불 안 가립니다. 도전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성취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가 두렵다는 것은 아직 온몸이 비에 젖지 않았다는 뜻이고, 사랑하면서 밀당한다는 것은 아직 사랑에 완전히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며, 도전이 두렵다는 것은 뒤에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있다는 뜻입니다. 올인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런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천만에요. 백 년을 도전한다 한들 그런 도전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그런 상태가 국솥 안에 있는 국자신세입니다. 몸은 빗속에 있고, 사랑하고 있으며, 도전하고 있지만 전부를 걸지 않았기 때문에 정작 그 진짜 맛을 모르는 것입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장사익 선생의 말처럼 죽을 힘을 다해서 제대로 도전해 볼 것을 권합니다. 그럼 길이 보이고 열릴 것입니다.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송진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