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 ‘지역과 상생’ 유쾌한 반란 일으킨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

울타리 무너뜨린 해외연수 ‘사회적 계층 이동의 시작’

강영훈·조윤영 기자

발행일 2015-06-03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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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연 아주대학교 총장이 경인일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해 항공료, 프로그램 참가비, 숙박비 등 장학금을 지원하는 ‘AFTER YOU’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대 총장이 된 배경과 비전은?

공직 내려놓고 조용히 살려했지만
젊은이와 함께 호흡하고 싶어 수락
백화점식 계획보다 실천이 중요
차별화된 콘텐츠 만들어 갈 것

■파격적인 ‘AFTER YOU’ 취지·선발기준은?

형편 어려운 학생 국제무대 기회 제공
경기지역 타 대학에서 정원 20% 뽑아
학업성적 대신 ‘열정’ 등 심층면접
반대 많았지만 건강사회 시도

■SOS 프로젝트에 대해 / 교육 방향은?

학업 포기 위기극복 긴급지원 제도
열정 북돋우는 동력 기대
실력은 기본 도전정신 중요
매력있는 인재로 키울 것


우리 대학교 총장님이 다른 대학 학생들까지 유학을 보내준다면?

교수와 학생들의 만류에도 지역사회를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지는 대학 총장이 있다. 교내 도서관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했고, 명사 초청 강연도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바로 김동연 총장이 부임한 이후의 아주대학교 모습이다.

김 총장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하면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수도권 대학, 지방 대학이 아닌 ‘지역 대학’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는 자신의 철학을 가감 없이 어필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상생을 강조하는 김 총장에게 반란은 ‘현실을 극복하고 변화시키려는 가장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다. 아주대는 물론이고 경기도내 대학가에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는 김 총장을 경인일보가 만나봤다.

-32년간 공직생활을 한 뒤 장관급 자리(국무조정실장)를 스스로 내려놓고 칩거하다 7개월 만에 뜻밖에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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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표한 사의가 어렵게 수용돼 지난해 7월 공직에서 물러난 뒤 지방 농가에 방을 얻어 조용히 지냈다. 물러난 공직자로서 ‘속세’를 멀리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총장 후보로 추천됐다는 연락을 받고 처음에는 고사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취업난 등으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 속으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고민을 나누고 싶었다. 아주대와 특별한 인연은 없었다.

법인, 이사회, 심지어 안면이 있는 교수도 전혀 없었다. 급기야 총장 선임을 두고 ‘단기필마(單騎匹馬)’로 왔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취임한 지 100일이 막 지났다. 아주대 총장으로서 비전을 말해달라.

“총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발전계획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백화점식 마스터플랜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우선순위와 순서를 정하도록 하겠다. 특히 아주대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모으도록 하겠다. 그러나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일이 되게 하는 전략과 자원을 동원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

-파격적인 행보가 눈에 띈다. 학생들과 직접 대화하는 브라운 백 미팅(Brown-Bag Meeting)은 무엇인가.

“브라운 백 미팅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총장과 학생들이 격의 없이 소통하는 자리다. 대화를 나누며 간단히 먹는 샌드위치나 햄버거 봉투가 갈색이라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학생은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고, 어떠한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다. 처음에 학교 측에서 ‘총장님,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겁니다’라며 말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지원자가 넘쳐 대기자까지 있을 정도다. 처음에는 학교에 대한 건의가 주로 나왔지만, 차례를 거듭할수록 가치관, 진로, 사회 진출에 대한 고민 등 주제가 다양해지고 있다.”

-‘AFTER YOU’ 프로그램은 학교 안팎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과거 신분 상승의 수단이었던 교육이 오히려 사회적 지위와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교육의 틀 안에서 사회적 이동(Social Mobility)을 원활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AFTER YOU’는 ‘나보다 너 먼저’라는 의미다. 어려운 환경 탓에 국제무대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놓친 학생들에게 해외 연수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항공료, 프로그램 참가비, 숙박비 등을 장학금으로 지원한다. 참가 학생은 올 여름 4주 동안 집중연수와 문화체험을 경험한다.

미국 미시간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 중국 상하이교통대학 등에 80명을 보내기로 했다. 아주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도내 다른 대학의 학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실제로 미시간대와 상하이교통대의 경우 전체 20%를 경기도 지역 타 대학 학생으로 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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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교에서 놀라면서 반겼다고 들었다. 아주대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타 대학 학생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방식이 많은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학교 안팎에서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건강한 사회란 계층이동이 원활한 사회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계층 이동이 아주대라는 울타리를 넘어 우리 사회로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학생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발했는가.

“선발 기준에서 영어나 학업성적은 보지 않았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성적이 낮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정형편과 열정을 기준으로 선발했다. 서류에만 의존하지 않고 모든 신청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했다. 필요한 경우 직접 가정을 방문하기도 했다. 미시간대의 경우 선발된 학생의 절반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소득분위 1등급 이하였다.

예산은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로부터 모금 중이다. 한 명이 1억원을 내는 것보다 100명이 100만원을 내는 것이 더 소중하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프로그램의 취지가 널리 퍼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100만원의 기적’이란 이름으로 모금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기부자를 중심으로 참가학생들에게 멘토링도 제공할 예정이다.”

-‘SOS 프로젝트’도 직접 기획하고 만들었다고 들었다.

“이 프로젝트 역시 사회적 이동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학기 중에 학업을 계속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에 직면한 학생들에 대한 긴급지원제도다. 가족의 실직이나 질병 등으로 학업을 포기할 위기에 처한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어린 시절 부모님 사업이 갑자기 부도나면서 청계천 판자촌과 천막생활을 전전하다 가정 형편 탓에 원치 않게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했던 내 경험에서 비롯됐다.

당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던 원동력은 허황될 정도로 큰 꿈과 나를 온전히 바치는 열정, 낙관적인 자세였다. SOS 프로젝트는 부득이한 형편 때문에 학생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게끔 열정을 북돋우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며 신속하게 지원한다는 목표다. 동시에 어려운 학생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사는 학생도 많다는 사실을 구성원들이 알게 되고 일체감을 느끼는 것도 하나의 수확이다.”

-아주대 학생들을 어떤 인재로 키우고자 하는가.

실력과 매력을 갖춘 젊은이들로 키우고 싶다. 실력은 기본이다. 실력에 더해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학생을 길러내고 싶다. 진정성과 겸손함, 남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밴 ‘매력 있는 젊은이’들로 키우고 싶다. 그래서 아주대 졸업생들에게는 누구나 붙는 ‘아주 프리미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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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총장은?

▲ 1957년 충북 음성 출생
▲ 덕수상업고등학교 졸업
▲ 국제대학 법학과 졸업
▲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석사
▲ 美, 미시간대 정책학 석·박사(석사 1991, 박사 1993)
▲ 행정고등고시(26회), 입법고시(6회)
▲ 2002 대통령비서실장 보좌관(국장급)
▲ 2002~2003 美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 풀브라이트 교환교수
▲ 2002~2005 세계은행(IBRD) 프로젝트 매니저겸 선임정책관
▲ 2008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
▲ 2012~2013 기획재정부 2차관
▲ 2013~2014.7 국무조정실장(장관급)
▲ 2015 (현)아주대학교 총장
▲ 홍조근정훈장(2011)

/글=강영훈·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 ·사진=아주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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