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 그 말은 진리다

김훈동

발행일 2015-06-1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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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봉사원들 재난발생 대비
해마다 구호종합훈련 받아
실제상황 닥칠 경우
매뉴얼대로 구호 나서고
이재민 심리회복까지 도와
재난대처, 시간끌면 절대안돼


“기다리기만 하는 자는 마중 나가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옳은 말입니다. 요즘 대한민국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공포로 휩싸여 있습니다. 이 역시 재난입니다. 하루빨리 진정되도록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들판은 가뭄이 극심해 걱정인데 일부 도시 여기저기는 메르스로 텅 비어 있는 듯 썰렁합니다. 초기대응이 잘못되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란 낱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준비가 있으면 근심할 것이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왠지 그 말이 늘 진리라는 느낌이 확 다가옵니다.

적십자봉사원 400여 명이 한 주일 전에 여주 금모래은모래 야영장에서 재난구호 종합훈련을 가졌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매년 다양한 형태의 재난이 일어납니다. 재난에 대한 책임과 준비를 통해 적십자의 사명을 실천하기 위함입니다. 단순한 행사 참여가 아니라 실제 상황을 가정하여 진지하게 진행된 종합훈련입니다. 혹자는 봉사원들이 훈련되지 않고 재난현장에 뛰어든다는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모르겠습니다만 적십자만은 다릅니다. 재난 시 국민의 근심과 걱정을 덜어주고 이재민의 고통을 경감해 주는 게 적십자 봉사원의 임무입니다. 해마다 다양한 재난구호역량을 몸에 배게하고자 종합훈련을 가집니다.

적십자사는 법적으로 ‘재난관리책임기관’입니다. 재난 발생에 대비한 교육, 훈련에 대한 조치의무도 있습니다. 이날 설정된 훈련상황은 가상태풍 경보발령과 함께 집중호우로 남한강이 범람, 저지대 주택가가 침수되어 사망, 실종자 및 이재민이 다수 발생하여 긴급구호 요청을 받은 것을 가상한 훈련입니다. 대피수용, 심리상담, 자원봉사, 구호물자반을 편성하여 반별 활동 내용을 실습 위주로 훈련했습니다.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등을 실습하고 급식, 국수, 세탁 등 특수차량 운용교육도 실시했습니다. 이재민 수용소는 어떻게 설치하고 운영해야 좋은지, 이재민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모바일 쉘터(shelter)박스를 실제 설치하여 시연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구호급식을 위한 임무수행조직을 편성하여 실제 현장에서 조리, 배식, 설거지 등의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수해는 전쟁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장마철 수해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적십자 봉사원들은 과거 연천지역에 700mm의 집중호우가 퍼붓던 현장에서 재난구호활동을 한 바 있습니다. 최근에도 김포제일모직창고 화재, 의정부아파트 화재 현장, 지난해에는 세월호 사고 현장과 단원고, 합동분향소 등에서 이재민을 위한 구호품 제공, 급식 등 재난구호활동을 펼친 바 있습니다. 재난 시마다 발 빠르게 구호활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것도 해마다 실제상황과 같이 훈련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방치는 녹을 부르고 녹은 부식을 부릅니다. 그것이 강철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반복적인 교육과 훈련은 필요합니다. 어떠한 재난도 준비되어 있으면 걱정이 없습니다. 바로 유비무환입니다.

경기적십자사는 경기도 내 리·동별로 단위 봉사회가 550여개 조직되어 1만8천여 명의 자발적 봉사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종합훈련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 봉사원이 가져야 할 책무와 재난구호에 따른 다양한 교육을 이수합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이나 인근에 재난이 발생하면 매뉴얼과 재난구호지침에 따라 조직적이고 선제적으로 활동에 나섭니다. 이때 이재민의 ‘심리사회적 지지(支持)’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명 손상, 재산손실로 고통받고 불안을 느끼는 시기에 상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심리사회적 지지(psychosocial support)란 재해나 위기사건을 당한 사람들의 정서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적십자는 100여명의 훈련된 강사가 자원봉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늑장보다는 과잉대응이 낫습니다. 재난에 대처함에 시간을 끌면 안 됩니다. 유비무환, 그건 분명 진리임을 새삼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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