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와 행정권력

최일문

발행일 2015-06-17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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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페스트 모델’의 권력은
사람을 위축시키는게 아니라
되레 유익한 결과 이끌어 내
정부 ‘메르스 확산’ 부실 대응은
주어진 행정책임 행사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같아


최근 온 국민의 관심사인 메르스 확산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의 ‘페스트의 모델’을 떠올리게 된다. 푸코는 권력의 본질을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전염병인 페스트의 사례에서 찾았는데 그것이 ‘페스트의 모델’이다.

중세 페스트 선포 지역의 사람들은 각자 자기 집에 들어앉아 이웃들과도 철저하게 고립된 채 당국의 세심한 분석과 꼼꼼한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페스트 상태의 도시들은 몇 개의 구(區)로 나눠졌고 구(區)는 다시 가(街)로, 가(街) 안에 로(路)를 분리시켰다. 그리고 각자가 있도록 한정된 집 앞에는 보초가 망을 보았고 로(路) 안에는 감시인, 가(街) 안에는 감독관, 구(區) 안에는 담당관, 도시 전체에는 총독 또는 행정관이 배치되었다. 이를 통해 지역에 대한 조직과 분석이 가능했으며 현대의 행정체계가 여기에 들어있다는 것이 ‘페스트 모델’의 배경이다.

푸코는 로(路), 가(街), 구(區) 그리고 도시의 책임자에 이르는 위계적이고 지속적인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일종의 거대한 권력이 생겨나고 더욱 세분화되었다고 주장한다. 감독관들은 매일 도시를 순시하며 그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 기록하고 모든 집 앞을 지나치며 호명을 하여 페스트로 인해 아픈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죽은 사람 등으로 개인을 분류하였고 이것은 권력의 행사로서 ‘당국의 개입’이었다.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권력은 한 개인이 규칙을 잘 지키는가, 규정된 보건수칙을 잘 지키는가를 알기 위해 끊임없이 개인들을 평가하였는데 지속적인 관찰과 분류는 권력의 세분화이며 개인에 대한 점진적인 접근이었다.(정원식 저, 공공행정과 정치)

‘페스트의 모델’의 사례에 따른다면 권력은 사람들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익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생산적인 것일 수 있다. 이는 전염병 확산에 대비한 철저한 관찰, 기록과 같은 감시와 통제를 통해 권력의 행사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측면이다. 중요한 것은 유익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기술이며 푸코는 이를 ‘관리’라고 불렀다. 그러므로 핵심적인 문제는 ‘관리’능력이 된다.

현대국가의 일반적 상황에서라면 행정의 범위가 확대되고 정부의 규모가 거대화됨에 따라 모든 분야에 그 영향력이 미치고, 자칫 재량권의 확대로 행정권력이 남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행정기능이 확대·강화됨에 따라 정책의 집행이 소수의 행정엘리트에 의해 남용될 여지가 많다. 그래서 물리적 강제력을 독점하고 있는 정부의 권력 행사에는 그에 상응한 내·외적 통제와 국민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메르스 확산 사태는 ‘페스트의 모델’의 배경인 중세 유럽 페스트관리 사례에 비추어 행정권력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국민이 정부에 위임한 합법적·제도적 권력의 목적은 사회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를 추구하는 것이다. 정부는 주어진 권력을 행사해 일정한 행동을 하여야 할 의무를 가지며 국민들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권력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행정책임을 요구한다. 행정책임을 요구한다는 것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어떠한 행위를 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의 늑장, 부실 대응이라는 지적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주어진 권력을 행사해 일정한 행동을 하여야 할 정부의 의무’에 대한 지적이며 동시에 행정책임의 전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과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최일문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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