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일군 인천 구월초등학교 여자핸드볼팀. /조재현기자 ihc@kyeongin.com |
타학교 체육관 빌려 훈련 어려운 여건속 똘똘 뭉쳐
‘입문기간 평균 7개월’ 소년체전 우승 일궈내 화제
유소년대표팀에 선수 3명·사령탑 발탁 ‘승승장구’
요즘 인천 ‘여자핸드볼’이 펄펄 날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여자핸드볼 실업팀인 인천시청은 지난 6일 ‘2015 SK핸드볼 코리아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서울시청을 상대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29-27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우승을 일궈냈다.
어린 꿈나무들도 이에 못지 않았다. 인천 구월초등학교(교장·이복녀) 여자핸드볼팀은 앞서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소년체전) 결승전에서 ‘언니들 못지않은’ 집념으로 1점 차 대역전극을 펼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 3년 만에 전국 최정상의 자리에…
▲ 사진왼쪽부터 유소년 대표팀에 선발된 오현수, 이주형, 최지현 선수와 대표팀 사령탑으로 발탁된 황선희 감독. |
구월초는 주장 최지현, 오현수, 이주형, 김세희, 정혜민, 권소영(이하 6학년), 김도희, 최지우, 이유진, 이시현, 안연비 등으로 이뤄졌다. 믿기 힘든 것은 이 아이들이 핸드볼에 입문한 지 평균 7개월밖에 안 됐다는 점이다. 불과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선수 대부분이 주변의 권유나 호기심으로 핸드볼을 막 배우기 시작한 ‘초짜’였다.
구월초가 소년체전 인천대표 선발전에서 지난해 대회 준우승팀인 송월초를 꺾었을 때만 해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구월초는 보란 듯이 전국종별핸드볼선수권대회에 이어 소년체전에서 우승하며 옛 명성을 되찾았다.
지난 1984년 창단한 ‘핸드볼 명문’인 구월초는 3년 전 소년체전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인천부평남초 핸드볼팀을 이끌던 황선희(44) 감독이 부임해 오며 새 출발을 했다. 당장 부족한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게 급선무였다.
이때 여자핸드볼 국가대표를 지냈던 황 감독과 10년 넘게 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온 지영주 코치의 옛 동료들이 딸아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운동을 권하며 큰 힘이 됐다고 한다.
훈련 여건도 여의치 않았다. 체육관이 없다 보니 멀리 떨어진 인천 만성중학교 체육관을 빌려 훈련을 해야 했다.
황 감독은 “매일같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아이들을 데리고 훈련 장소로 이동하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어려웠다”며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셔틀버스가 운행됐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만큼 학교 운동부 대부분은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우승할 수 있었던 힘은 ‘단합’이었다. 지난 겨울방학 때 인천동부교육지원청이 제주도 전지훈련을 지원해 줬는데, 아이들끼리 서로 속마음을 터놓을 만큼 많이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세계 무대 밟는 인천 핸드볼 유망주들
황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은 지난 13일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떠나 핸드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캠프에서 다양한 해외 선진 기술 등을 배우고 돌아올 예정이다.
마음이 설렌다는 주장 최지현은 자신과 같은 ‘센터백’을 맡는 국가대표 김온아(27·인천시청)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센터백은 팀의 공격을 조율해요. 돌파도 잘하고 골도 잘 넣는 온아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소년체전 MVP인 오현수는 인천시장애인체육회에서 근무하는 남자핸드볼 국가대표 출신 오민식 팀장의 딸이다. “아빠 앞에서 우승해서 더 기뻤어요.”오현수는 소년체전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아빠보다 더 잘할 자신이 있다”고 각오를 밝히던 당찬 아이였다.
골키퍼 이주형은 1년 전 얼떨결에 핸드볼을 시작했다. “지영주 코치 선생님이 옆 학교에 다니던 저를 우연히 보고 너 운동 잘하게 생겼다며 계속 설득을 하셨어요. 제 꿈은 인천시청 오영란 골키퍼 같은 선수가 되는 거에요.”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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