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특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2013년 개봉했던 영화 ‘감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심지어 주요 포털 사이트의 평점이 뒤늦게 올라가는 기현상까지 보였다. 감기는 개봉 당시 3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지만 100억원을 웃도는 제작비에 비하면 그리 좋은 흥행성적은 아니었다. 감기는 감염속도가 초당 3.4명에 이르는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 발병하면서 벌어지는 극단적 사태를 그리고 있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의 진원지는 내부에 있다. 우리 신체 내부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잠복하고 있지나 않을까, 우리 중 누군가가 감염되어 있지나 않을까 하는 의심이 불안감을 유발한다. 자기규정 또는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바이러스는 밀입국한 외국인으로부터 전염된다. 감염된 외국인이 분당으로 들어오면서 지역감염으로 확산하고 정부는 도시폐쇄를 감행한다. 안과 밖의 경계 짓기를 통해 우리 내부의 도시는 외부가 된다. 타자화인 셈이다. 내부의 혼란이 외부에 대한 공포로 치환되는 것이다.
영화는 분당으로 설정된 지역감염 도시민들이 폭동을 일으키며 절정을 이룬다. 그들이 타자화될 때 그들에게 정부 또한 타자화된다.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기만할 때 그것은 스스로를 경계 짓고 타자화시키는 행위이다. 폭동에 참여한 시민들의 분노는 정부를 향하고 정부는 그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눈다. 과장되고 극단적이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지 않나 싶다. ‘감기’에 대한 갑작스러운 인기는 아마도 메르스 감염 자체의 유사성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정부가 그간 보여준 경계 짓기와 타자화의 과정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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