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선생의 풍수테마기행·24] 송도, 신도시와 구도시

바다 메워 만든 신도시 황량한 평지 아쉬워。。。
다리 건너 청량산 자락에 안긴 구도시와 대조적

박상일 기자

발행일 2015-06-23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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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주립대를 비롯한 해외 유수의 대학들이 조성한 송도 글로벌캠퍼스 전경. 주변이 아직까지 황량한 공터로 남아있고 캠퍼스 일부 건물은 공사가 한창이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 뉴욕주립대를 비롯한 해외 유수의 대학들이 조성한 송도 글로벌캠퍼스 전경. 주변이 아직까지 황량한 공터로 남아있고 캠퍼스 일부 건물은 공사가 한창이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신도시
초고층 빌딩·공원 늘어선 부유한 지역
속내를 보면 아직은 빈땅 많은 ‘미완성’

■구도시
옥련동 일대 들어서니 옛 유원지터 반겨.
골목길 마다 들어찬 맛집·행인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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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신도시는 바다를 메워 넓은 택지를 만들고, 그 위에 조성한 지극히 ‘인공적인’ 도시다. 애초 산이 없던 곳이니, 송도신도시 넓은 땅은 온통 평평한 평지 뿐이다.

사통팔달 시원시원하게 길을 내고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게 들어선 데다가 군데군데 커다란 공원까지 자리를 잡은 모습은 영락없이 돈과 사람이 넘치는 부유한 도시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송도신도시는 아직까지 빈 땅이 많은 ‘미완성’의 도시다.

낮에는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중심 상업지역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아 썰렁한 바람이 감도는 도시이기도 하다.

“송도신도시가 바다를 메워 만들어진 탓에 산이 없고, 그래서 땅에 기운이 없다는 말은 지난번에도 했지요. 그래서 송도신도시가 활력을 찾으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요번에 송도신도시를 둘러보다 보니 새로 들어서는 대학교들이 참 많네요. 그런데 대학교들 역시 산의 기운을 받지 못하는 넓은 평지에 자리 잡았으니, 활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학들을 보아도 서울대학교가 관악산,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는 안산, 고려대학교는 개운산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았어요. 경희대학교는 천장산, 성균관대학교는 북악산… 대부분 이렇게 자리를 잡았지요. 송도신도시의 대학들은 그런 자연의 기운을 얻지 못해 풍수적으로 아쉬워요. 하지만 그대신 좋은 교통과 잘 갖춰진 도시기반시설, 전국적인 송도의 명성 등을 무기로 갖게 된 셈이네요. 어쨌든 송도의 대학교들이 부족한 점을 딛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신도시와 손을 잡고 부지런히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광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둘러본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와 해외 대학들의 글로벌캠퍼스는 역시나 아직 활기가 부족해 보였다. 글로벌캠퍼스는 한쪽의 커다란 건물이 아직도 ‘공사중’이다.

▲ 송도신도시쪽에서 바라본 청량산. 높이 171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토체를 이루며 옥련동 옛 송도 일대의 주산이 되고 있다.
▲ 송도신도시쪽에서 바라본 청량산. 높이 171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토체를 이루며 옥련동 옛 송도 일대의 주산이 되고 있다.
이곳에는 뉴욕주립대, 조지메이슨대, 겐트대, 유타대 등 쟁쟁한 대학들이 들어와 있지만, 송도신도시가 아직 ‘미완성’인 만큼 글로벌 대학들도 자리를 잡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 것으로 보였다.

글로벌캠퍼스를 나와 곧게 뻗은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3㎞쯤 가니 재작년 국립대로 ‘새 출발’을 한 인천대학교가 있다. 인천대학교는 지난 2009년에 일찌감치 송도캠퍼스를 준공하고 옮겨왔지만, 이곳도 캠퍼스 안쪽만 학생들이 오갈 뿐 주변은 썰렁한 분위기여서 아쉬움을 주었다.

“송도신도시는 이곳저곳을 둘러보아도 역시 부족한 점이 많지요. 그러면 한번 송도 신도시가 생기기 전에 원래 송도로 불렸던 곳으로 가보죠. 이곳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곳이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를 겁니다.”

인천대 송도캠퍼스를 나선 취재팀은 구(舊) 송도로 불리는 연수구 옥련동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리를 건너기도 전에 듬직한 산 하나가 눈앞에 토체(土體)를 이루며 솟아있다.

구 송도를 뒤에서 든든히 받치고 있는 청량산(171m)이다. 고려 우왕때 왕사(王師)였던 나옹화상이 이곳에 절을 짓고 경관이 하도 수려하여 절 이름을 ‘청량사’라 하면서 산 이름도 청량산이 되었다고 한다.

송도신도시를 빠져나가는 다리 위 표지판에는 청량산 방향으로 ‘송도유원지’가 표시돼 있다. 송도유원지는 지난 1963년 문을 연 후 인천을 대표하는 유원지 중 하나로 50년 가까이 운영되다가 지난 2011년 문을 닫았다.

▲ 50년 가까이 수도권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다가 지난 2011년 폐장한 송도유원지 입구가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다.
▲ 50년 가까이 수도권 주민들의 휴식처로 사랑을 받다가 지난 2011년 폐장한 송도유원지 입구가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다.
하지만, 송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수많은 추억을 전해주는 곳이어서 일까? 유원지가 문을 닫은지 4년이 지난 지금도 표지판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송도유원지’라는 말이 정겹기만 하다.

다리를 건너 송도유원지 입구가 있던 송도로터리쪽으로 향하자 ‘송도특색음식거리’라는 커다란 표지판이 서 있다. 이곳 옥련동 일대는 맛있는 식당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지금도 명성이 자자하다. 골목마다 구석구석 줄지어 있는 수많은 식당들과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리 건너편 신도시와 꽤나 다른 느낌이다.

송도로터리 앞 유원지 입구에 도착하자, 커다란 철문이 닫히고 ‘매표소’ 글자가 떨어져 나간 모습의 옛 출입구가 을씨년스럽게 취재팀을 맞는다. 빠끔히 열린 틈새로 줄줄이 늘어선 자동차들이 보인다. 송도유원지가 5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사라진 넓은 공터에는 중고차 수출단지가 들어섰다.

송도유원지와 송도해수욕장은 이제 모습을 찾을 수도 없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추억 속의 장소’가 됐다.

“유원지가 문을 닫은 것은 그만큼의 이유가 있겠지요. 바다를 뒤로 하고 산을 바라보며 입구를 냈으니, 유원지는 배산임수를 거스른 셈이네요. 유원지 입구도 비탈진 곳에 조금 삐딱하게 자리해 있는데, 산을 등지지 않고 이렇게 비탈을 따라 옆으로 놓여있는 것을 풍수에서는 좋지 않게 봅니다.”

로터리에서 반대편으로 돌아 나와 청량산 방향으로 비탈길을 오르니 정면에 인천상륙작전기념탑공원이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멀리 신도시 쪽에서 볼 때는 토체를 이루고 있던 청량산이 이곳에서 보면 기념탑 뒤로 삼각형의 영상사를 뚜렷하게 이룬 게 눈길을 사로잡는다.

▲ 청량산 중턱에 푸근하게 안겨있는 가천박물관.
▲ 청량산 중턱에 푸근하게 안겨있는 가천박물관.
기념탑공원 왼쪽으로는 인천시립박물관이 자리해 있고, 오른쪽으로는 가천박물관과 흥륜사가 순서대로 자리를 잡았다. 마치 청량산 중턱을 따라 중요한 시설들이 차례차례 자리를 잡은 듯한 모습이다.

그중 중간쯤에 자리를 잡은 가천박물관은 가천길재단 이길여 이사장이 20년전인 1995년 설립한 박물관인데, 인천지역 유일의 국보이자 고려대장경의 뛰어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초조본유가사지론(국보 제276호)을 비롯한 귀중한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좁은 길을 따라 박물관 앞에 도착해 정문 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박물관 본관 앞에 이른다. 본관 앞 뜰에서 뒤를 돌아 박물관을 보니 청량산을 뒤로 하고 청룡·백호가 적당히 좌우를 감싼 곳에 본관이 푸근하게 안겨 있다. 앞쪽으로는 거침없이 전망이 트여 멀리 송도신도시와 바다까지 한눈에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명성을 얻을 수 밖에 없는 자리다.

“불과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요. 사람이 자연을 알고 조화롭게 터를 잡느냐, 그렇지 않고 사람이 마음대로 깎고 메워서 터를 만드느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는 겁니다. 사람의 힘으로 도시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풍수는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니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교훈인 셈이지요.”

결국 송도를 둘러보는 것은 또 한번 교훈을 새기는 여행이 됐다. 조광 선생은 “새롭게 만드는 것일수록 풍수에서 멀어져가는 모습이 아쉽고 섭섭하다”는 말로 이번 송도 둘러보기를 마무리 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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