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재난에 대한 국민 슬기를 모아야

박국양

발행일 2015-06-24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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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
국가적 재난 ‘메르스 사태’
책임소재만 따질게 아니라
우리의 잘못 무엇인지
깨닫고 고통 나눠야 한다
그래야만 또다른 사고 발생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바이러스로 인해 6월 한달은 나라 전체가 마스크 속에서 살아야 했다. 작은 기침도 혼자 숨죽이고 해야 하는 한달 동안 우리 모두가 겪었던 감정들은 두려움과 분노, 슬픔과 동정, 무기력과 분노 등이었을 것이다.

잘못을 따진다면 감염의 진원지로 질타를 받고 있는 병원의 잘못도 있었을 것이고 초기대응을 안이하게 한 정부의 무능도 있었을 것이다.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물론 현 정부이다. 실상을 사실대로 알리라는 국민들의 추궁에 감염의 근원지가 되는 병원과 환자의 위치를 감추어 오다가 결국 실명을 거론해야만 하는 사태를 보면서 해당 병원의 대책도 문제지만 감염 질환에 대한 전문가가 없는 복지부도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현정부의 대응 부재가 국내에서는 언론의 난타를 받고 해외에서는 선진한국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창피를 감수해야 했다. 국가적 손실은 또 얼마인가?

우리는 항상 대량재난을 겪어왔고 또 앞으로 그러한 대량재난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구 지하철 사건, 서해페리호 사건, 삼풍백화점 사건, 세월호 사건 등등…. 우리 세대가 겪어왔던 수많은 대량재난을 통해 이제는 답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 되지 않았는가? 만약 한국의 어느 원자력 발전소가 후쿠시마처럼 파괴되었을 때를 상상해보라. 지금의 메르스가 누가 일부러 퍼트린 질환이라고는 보지 않지만 만약 악의적인 집단이 독가스 살포는 물론이고 감염된 사람을 이용하여 다중 이용시설에 침투한 뒤 세균살포, 사스, 에볼라 확산을 시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한순간에 국가가 마비될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인가 병원인가 아니면 국민들인가?

나는 감히 근본적인 문제는 물질주의에 물든 우리들의 마음에 있다고 본다. 현 메르스 사태의 실질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지적을 들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또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정보공유의 부족, 초기대응의 실수, 복지부 대책의 문제, 의심환자의 불양심적 행동, 유언비어적 불안 조성 등…. 물론 극히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우주복 같은 방역복을 입고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인의 고통을 위로는 못할망정 그 자녀까지 왕따를 시킨다는 소식을 접하고선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기주의의 독소는 이제 도를 넘어서 너와 나를 중독시키고 있다. 이 검은 독소가 메르스보다 몇천 배 더 무서운 것을 모르고 있다. 아픈 사람을 보면 안타까워하고 죽은 사람을 보면 슬퍼해야 하고 국가적 재난에 대해 서로 도와야 함이 인간 본성이 아닌가?

우리의 욕구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메슬로우는 사람에게는 욕구 5단계가 있는데 가장 근본적인 것은 생리적 욕구이고 가장 최상위 욕구는 자아실현이라고 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러한 인간요구 5단계중 어디에 와 있는가? 모두가 돈만 있으면 되고 나만 편하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생리적 욕구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늘 그렇듯이 메르스 사건도 잊혀질 것이다. 사건마다 수많은 질문과 답이 제시되었지만 결국 세월이 지나가면서 사건은 잊혀지고 선거 때만 되면 떠드는 정치인들의 마이크 소리에 또 현혹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인간본성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양산해 낸 대립 문화, 지역 감정, 흑백 논리와 좌우 이념대립의 독버섯에 중독되어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것이 나는 메르스보다 더 무섭다.

우리는 IMF때 좋은 선례를 보여주었다. 정부가 잘못했다고 해서 우리가 그 재난을 모른 척하지 않고 부담을 나누어 가지며 유사 이래 최대의 경제 위기를 지혜롭게 이겨낸 적이 있다. 이번 국가적 재난에도 우리는 조금씩 잘못을 나누어 가져야 다음 재난을 이길 수 있다. 책임소재만 따질 게 아니라 정부를 이끌고 도와주어야 한다. 복지부가 만약 이번 메르스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해서 복지부를 없애버리겠는가?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인 것을…. 메르스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이 되고 병상에 있는 환자들이 걱정을 털어버리고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박국양 가천대 의학전문대학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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