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담장 안과 밖의 시간

송진구

발행일 2015-07-01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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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수감자들은 간절함에
아무것도 못하는 감옥안 10년과
뭐든 할 수있는 밖의 1년을
맞바꾸고 싶어하는데
정작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무심히 흘리는것 같아 안타까워


제가 강의하는 대상과 장소는 매우 다양합니다. 교도소에서부터 청와대 대통령실까지 많은 곳을 갑니다. 교도소에 강의 가는 날은 정문부터 강의장까지 들어가려면 무려 10개가 넘는 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처음에 교도소강의 갈 때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만나고 보니 서로 정도 들고 친해져서 사적인 얘기도 나눕니다. 듣노라면 안타까운 사연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장기수는 만기출소 전에 사회 적응경험을 쌓으라고 일정한 기간의 가출소 휴가를 줍니다. 재소자들이 꿈에 그리던 시간입니다. 한번은 친하게 지내던 장기수 A씨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탈옥했습니다”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가출소 휴가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저도 반가운 마음에 맛있는 저녁을 사주려고 만났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A씨가 휴가를 나온 지 3일째 되는 날 만났는데, 그때까지 한숨도 자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랬느냐?”고 물었더니 자신뿐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몇 년 만에 나오면 그렇게 한다는 것입니다. 가출소 몇 달 전부터 휴가기간 동안 일정표를 분단위로 쪼개서 24시간계획을 수립한다고 합니다. 듣고 보니 이해가 가는 얘기였습니다. 담장 밖이 얼마나 그립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가고 싶은 곳이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그야말로 이분들에게는 시간이 금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시간이 넘쳐나니까 그 시간이 언제까지나 내 시간일 것으로 착각하고 철 지난 점퍼처럼 밀쳐놓고 심드렁하게 쳐다봅니다. 그러나 시간은 유한한 것이고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내가 보낸 시간이 나를 만들기 때문에 잘못 보낸 시간은 언젠가는 내게 치명적인 역습을 가합니다.

그래서 시간의 역습을 피할 수 있는 시간관리 매트릭스 4단계를 소개합니다.

1, 중요하고 긴급한 일: 가족사고 같은 위기상황, 계약, 중요한 보고서 등 급박한 문제는 필수적으로 관리하라.

2,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건강관리, 여행, 인맥구축 등은 선택과 집중으로 관리하라.

3,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잡담전화, 형식적인 회의, 눈도장 찍는 모임 등은 줄여라.

4,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과도한 TV시청, 불필요한 인터넷 검색, 게임 등은 피하라.

연구에 의하면 1,2분면에서 사는 사람들은 40%에 불과하고, 3,4분면에서 사는 사람이 60%나 된다고 합니다. 3,4분면에서 보내는 사람들은 늘 시간에 쫓기되 성과는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심하게 하루를 보내지만 5분을 숨을 쉬지 못하면 죽습니다. 시간은 이토록 소중하건만 느끼는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한 여름 뙤약볕에서 일하는 시간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은 물리적인 시간은 동일하겠지만 심리적인 시간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교도소 담장안과 밖의 시간 역시 물리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심리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그 이유는 절실함, 간절함 때문입니다.

교도소 담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담장 안의 10년과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는 담장 밖의 1년과 맞바꾸고 싶다고. 아니 한달, 1주일과 맞바꾸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그토록 원하는 담장 밖에 있는 우리는 정작,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한 움큼의 모래처럼 시간을 무심히 버리고 있지 않나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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