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에 비공식 특사교환 필요하다

양무진

발행일 2015-07-03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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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정부, 대북정책 신뢰 명분 있지만 실리추구 약해
‘골든 타임’ 걸맞은 전략 부재 안타까울 뿐
치열한 외교현장 얽힌 실타래 풀 ‘조정자’ 절실

6월부터 8월까지 남북관계의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남북관계에서 골든타임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우리의 희망사항은 아닐는지? 또 골든타임을 놓치면 남북관계는 영영 회복이 어려운 건지? 여러 가지 질문들이 꼬리를 문다.

남북관계의 경색은 무엇보다 북한의 요인이 크다. 집권 4년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은 어느정도 통치의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 핵개발이나 SLBM 실험 등 체제보위 수단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현지지도를 통해 선대에 필적하는 지도력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경험이나 깊은 철학이 부족한 젊은 지도자가 과도한 자신감과 오만함으로 인해 소위 자기방식대로 대외관계를 가져갈 경우 남북관계의 경색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2013년 개성공단 일시중단이나 지난 5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허가 철회, 광주 U대회 참가철회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변덕과 비일관성은 문제다. 이는 현재 북한 내부의 정책결정과정이 젊은 지도자 한 사람의 판단과 그 지도자의 즉흥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반영하듯이 다시 국방위원회 등 보수군인들이 대남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고 소위 ‘대화파’나 ‘비둘기파’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제의해 왔으나 북한의 계속적인 대화 거부에 푸념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아쉬운 것은 아직 남북한이 기싸움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골든타임도 때가 있는 법이고, 적절한 카드를 적절한 시기에 사용해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흔드는 패는 지금이나 작년이나 재작년이나 비슷한 것 같다. 독일의 경우 1970년대 초 대동독정책의 근본 틀을 바꾸었다. 그토록 동독정권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동독체제를 인정하는 대신 동독으로부터 교류와 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변화를 이끌어 냈다.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택한 것이다. 이후 한해 300만~400만명의 동서독 주민들이 서로 오고 가면서 친척과 가족들을 상봉하고 분단의 고통이 점차 해소되었다. 이를 위한 통신, 우편, 교통 등 각종 교류협력의 제도적 장치들도 확충되었다. 서독 정부는 대동독 차관을 반대급부와 연계시켜 동독 정부의 양보를 받아냈고, 동서독 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간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신뢰라는 좋은 명분은 있지만 실리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는 너무 미약한 부분이 있다. 정부는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최근 가뭄 지원이나 이희호 여사의 방북 등을 추진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현재 남북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근본적인 시도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갑자기 5·24 조치를 해제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핵개발이나 무력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북한에게 아무런 확약없이 막무가내식 주장을 수용하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골든타임, 골든타임이라고는 하는데 사실 이에 걸맞은 전략이 부재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곧 8·15 광복 70주년을 맞는다. 정부는 올해 초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남북공동행사 등의 사업을 다양하게 구상한 바 있다. 그러나 6·15 남북공동행사가 무산되면서 이마저도 성사되기 어려워 보인다. 남북간에는 명분에 집착한 나머지 늘 대화가 부족하다. 대화가 부족하기 때문에 신뢰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미중수교나 서독의 통일외교 등 치열한 외교현장에는 헨리 키신저나 한스 디트리히 겐셔와 같은 조정자(coordinator)가 있었다. 남북간에 비공식적으로 특사를 교환하여 얽힌 실타래를 하나둘씩 풀어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 곧 9월 중국의 항일 전승절에 남북 정상의 참여문제로 시끄러울 텐데, 이러한 계기를 활용하기 위해 지금부터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전략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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