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명예, 권력

이백철

발행일 2015-07-13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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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수많은 구성원들 경쟁속엔
갈등·불안감·조급증은 불가피
이러한 상황 극복 위해선
비정한 경쟁보다는
인간가치 높이는 자기성찰 통해
섬김과 긍휼 실천하는게 중요


우주 탐사선 주노가 5년여의 항해를 거듭해 내년 7월에는 목성에 도착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광활한 우주의 시공간에 대해 무한한 외경심을 느끼게 한다. 사실 우주공간에 비하면 모래알보다도 작을 이 지구촌에서도 선지자들은 줄곧 자연의 무궁함과 영원함에 무한한 경애심을 표해 왔다. 어느 글쓴이는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객들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을 한없이 마주하고 나서는 공간의 무궁함에 압도되어 말을 잃고 만다고 했다.거기에다 모래 속에서 물고기나 해조류 화석마저 발견할 때에는 이 메마른 모래땅이 바다였을 것이라는 생각에 경건한 마음을 가누지 못한다고 했다. 인간이란 존재의 찰나적 삶과 왜소함을 극명하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진화생물학자는 인간들이 스스로 만물의 영장인 것처럼 살고 있지만 인간은 진화하는 생명체의 유전자를 옮겨주는 운반체에 불가하다고 했다. 인간은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위해 선택한 한갓 생존기계일 뿐이라는 것이다. 세속적 승부에 온갖 것을 다 걸고 치닫는 세상이지만, 삼라만상의 번성과 사멸의 관점에서는 인간은 한 점의 찰나 속에 머무는 객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무궁한 시공간 속의 한 지점에서 단지 찰나적 삶을 거쳐 가는 존재로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새삼 각성하게 한다.

요즘 세속의 삶속에서는 우주의 장대함이나 자연의 유구한 신비에 대한 외경심을 찾아보기 어렵다. 계곡의 바위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바라보며 한평생을 침묵속의 근엄함과 겸허한 인내심을 배우고 자연의 이치에 순종적인 삶을 살았던 어느 소설의 주인공이 그리워지는 즈음이다. 소설은 주인공의 소박하고 성찰적 인생을 통해 인간의 위대한 가치는 부자상인과 장군과 정치가와 시인이라는 직업으로 화려하게 살아가는 삶에서가 아닌 자연이 가르치는 진리를 끊임없이 탐구함으로써 얻어진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된 삶에 있다는 교훈을 제시한다. 극히 고전적인 가르침임에도 새삼 감동이 여미여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 부턴가 풀뿌리 공동체인 이웃사촌 간에도 주차시비와 층간소음, 그리고 보복운전으로 갈등이 그치질 않고 심지어는 살인사건으로 번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고 가야할 정치권은 한발 더 나아가 여야를 불문하고 상대방은 모두 적이고 적이기에 벼랑끝가지 밀어붙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사생결단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오늘의 승자가 내일의 패자라는 어제의 교훈이 눈앞에서 전개되었음에도 거침이 없는 투쟁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종교계에서도 대형교회와 사찰에서 각종 비리와 부적절한 권력승계로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 이 역시 돈과 명예와 권력에 대한 세속적 욕심을 초월하지 못한 지도자들이 준엄한 자연의 질서에 순종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그동안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현대사 속에서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발견하고는 그 것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칭송해 왔다. 그 덕분에 군사독재와 경제도약과 민주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는 부와 명예와 권력을 역동적으로 추구해서 달성한 한국사회의 성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하겠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역동성이 칭송의 대상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할 그리고 새롭게 태어나야할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

어느 사회에서나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갈등은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 사회 역시 비좁은 땅덩어리에서 수많은 구성원들이 돈과 명예와 권력이라는 세속적인 가치를 최상의 목표로 삼고 경쟁하는 사회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사람들 간의 갈등은 불가피하고, 불안감·조급증·증오심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몫이다.

저 멀리 계곡의 큰 바위얼굴은 장엄하지만 인자한 표정으로 막대한 부와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한 비정한 경쟁보다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통해 섬김과 긍휼을 실현함으로써 인간의 위대한 가치가 드높아진다는 가르침을 애써 전하고 있는 듯하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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