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손님’은 우화다. 우화는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한 상징을 차용해 서사를 만들어낸다. ‘손님’은 서구의 민담인 ‘피리 부는 사나이’를 6·25 직후의 산골 마을로 끌어들여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배신과 인과응보의 코드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민담 ‘해와 달이 된 오누이’로 마무리를 짓는다. 이것은 끝없는 탐욕에 대한 인과응보의 코드다. 이와 같은 동서양의 민담과 단순한 상징과 은유들이 만들어내는 알레고리가 지시하는 것은 한국의 야만적 현대사이며,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무한탐욕의 경제사이며, 정통성을 상실한 허위의 종교사이다.
영화 속에서 마을 사람들은 피난을 와 자신들이 배척했던 이들에게 받아주기를 간청하며 아기들을 내세운다. 자신들의 죄를 아이들로 덮으려 한다. 미래를 담보로 잡는 것이다. 그러나 죄는 대가 없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손님’의 인물들은 모두 죄인이다. 누군가는 배신과 탐욕의 죄를, 누군가는 무지의 죄를, 누군가는 순진함의 죄를 안고 있다. 판타지 호러를 표방한 ‘손님’이 무섭기보다는 슬픈 것은 그런 까닭일 것이다. 이 영화의 알레고리가 가리키는 것이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판타지 호러가 아니라 새드 호러라 불러도 좋을지 모르겠다.
‘손님’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극 중반부터 이야기 흐름이 약해진다든가, 미숙(천우희)과 우룡(류승룡)의 캐릭터가 다소 단면적이라든가 하는 결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촌장 역의 이성민을 비롯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미장센은 영화 ‘손님’을 훌륭한 볼거리로 만든다.
/이대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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