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김두환

발행일 2015-07-2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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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외국자본 투기적 행위
이번에도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
합병은 규모의 경제 실현위한 것
주주들의 이익 극대화 시키고
취약한 지배구조 보완해
자본시장 체질강화 계기 삼아야

지난 5월 26일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합병한다는 이사회의 합병결의가 있었다. 합병의 목적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다양한 사업영역 및 운영 노하우와 삼성물산이 보유한 건설 부문의 차별화된 경쟁력 및 해외인프라를 결합하여 외형적 성장과 신규 유망사업을 발굴함으로써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로 관련 규정에 의해 산출됐다.

이러한 합병공고가 나자 미국의 사모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의 7.12%를 매수하였고,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지나치게 삼성물산에게 불리하게 산정돼 조정이 필요하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보유 지분가치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일가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권을 위해 부당한 합병 비율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주주총회 개최 및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운용자산이 260억달러나 되는 엘리엇의 최고경영자인 폴 싱어는 하버드 법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이며, 부도난 아르헨티나 국채에 투자하여 채무 재조정 요구를 거부하며 법정 다툼을 하여 승리를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7월 17일에 합병을 위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총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주주들이 몰렸다. 동등하고 공정한 거래로 합병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합병반대 의견도 나왔다. 전체 주주의 84.7%가 출석하였고, 출석한 주주의 69.5%가 찬성하여 합병안은 통과되었다. 이러한 합병결의는 관련 규정에 의해 출석한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3%포인트 정도 찬성표가 초과된 것이었다. 삼성물산측은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합병회사의 비전을 제시하며 설득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엘리엇도 외국인과 국내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합병을 반대하는 데 총력을 쏟았다. 임시주주총회는 삼성물산의 승리로 결말이 났고, 통합 삼성물산은 9월에 출범하게 됐다. 주총 직후에는 합병을 통해 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고, 사업적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며, 회사 가치를 높여 주주들의 기대에 보답하겠다는 합병 양사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합병 결의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대해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이번 합병과 관련해 주식매수청구금액이 1조5천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합병계약이 해제될 수 있으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한편 엘리엇은 합병안 통과 후 “실망스럽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하여 소송으로 합병을 무효화하겠다는 의지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엘리엇은 소송을 통해 합병과 관련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통합 삼성물산의 주주로서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의 11.6%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합병결의에 찬성했는데, 합병 목적의 타당성, 합병 비율의 적정성 등 가입자와 수급권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의결권 행사의 방침을 결정해야 하며, 등한시 해온 주주로서의 권리를 올바로 행사하여 합병을 반대하라고 시민단체 등은 주장하기도 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후 매각, 소버린의 SK그룹 경영권 참여, 아이칸의 KT&G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 등 외국자본의 투기적 행위가 이번에도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세계적 글로벌 기업들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은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외국의 투기자본에 의해 국부가 유출돼서는 안된다.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합병으로 시너지를 높여 주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취약한 지배구조도 보완해야 한다. 이번 합병으로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며 자본시장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두환 한경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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