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정 시민기자 |
그간 인간관계를 헤집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초면이었다. ‘혹시, 저 아세요?’라고 묻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어쨌거나 그의 아침 인사 덕분에 하루 종일 기분이 상쾌했다.
어제는 대여섯 살과 서너 살 정도로 보이는 두 아이와 함께 아이 엄마가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이 엄마와는 오가며 한두 번 마주친 적이 있어 “안녕 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눴다. 아이 엄마도 “안녕하세요”라며 밝게 미소 지었다.
문제는 대여섯 살 돼 보이는 아이의 질문이었다. “엄마, 이 분 아세요?” 나를 쳐다보는 아이 눈빛에 호기심과 의구심이 가득했다. 아이 엄마는 “아니”라고 말했고 아이는 “근데 엄마, 모르는 사람한테 왜 인사를 해요?”라며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다.
순간, 나와 아이 엄마는 당황했다. 눈을 마주치고 멋쩍게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땅한 말을 찾아 머뭇거리다 보니 엘리베이터는 이미 1층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요즘 엘리베이터를 타면 같이 탄 이웃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고민이다.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해야 하나, ‘진지는 드셨냐?’ ‘밤새 안녕 하셨느냐?’ 라고 해야 하나, 미국사람처럼 ‘하이’ 라고 하며 손을 살짝 들어야 하나, 중국인의 ‘사오관셴스(少關閑事)’처럼 이웃이 타든 말든 오해받기 싫으니 딴전을 피워야 하나, 아니면 대부분 사람이 그렇듯 휴대전화에 묵념을 해야 하나, 그도 저도 아니면 엘리베이터 벽에 신문기사나 좋은 시, 유머, 재밌는 에피소드를 붙여놓고 읽어야 하나 등. 밀폐된 공간 안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 지루하고 어색하지 않게 불편한 침묵을 깰 방법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처음 만난 이웃에게 “좋은 아침입니다” 라고 공손한 인사를 건넨 그는 용기와 교양이 있는, 답답한 공기의 흐름을 바꿔놓는 상쾌한 분임에 분명하다.
/김희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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