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현대산업개발 정몽규회장 앞

▲ 윤인수 문화부장
▲ 윤인수 문화부장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순수한 기부 아닙니다
혈세로 매입 부지에 ‘브랜드 명칭’ 기업이미지 걱정
천문학적 세금으로 운영… 시민들 불편할 겁니다


먼저 일면식도 없는 회장님께 고언을 드리는 심경, 착잡합니다. 난데없는 공개서한을 접하고 몹시 난처할 회장님 입장을 생각하면 미안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회장님만이 해결할 수 있는 시급한 사정이 있는지라 실례를 감행합니다. 다름 아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문제입니다. 수원시 최초의 시립미술관이 오는 10월 개관 예정입니다. 회장님의 현대산업개발이 수원시에 기부채납한 공공건축물입니다. 경인일보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신생 미술관의 명칭에 현산의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가 포함된 것이 부당하다는 보도를 이어왔습니다. 이후 의식 있는 문화계 인사들이 경인일보 보도에 호응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파크 명칭 반대활동을 펼치는 중입니다. 우선 이런 사정을 아시는지요. 제 생각엔 아이파크 명칭 반대 이유와 명분이 회장님께 소상히 전달됐다면 지금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으리라 믿습니다. 혹시라도 회장님의 위치가 너무 높아 이 문제가 실무진 수준에서 허술하게 다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는 얘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지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사태는 회장님과 현대산업개발이 결코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닙니다. 재벌과 대기업의 나쁜 기부의 대표 사례로 기억되고 회자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현산이 건축 중인 수원시립미술관은 기부채납시설입니다. 순수한 기부가 아니라는 것이죠. 저희는 현산이 수원에 총 7천962세대 규모의 아이파크시티 개발사업을 진행하는 대신 수원시에 미술관을 기부채납한 것으로 알고 있고 그렇게 보도했습니다. 특정 기업이 특정 지역에서 막대한 수익사업을 벌일 때 그 반대급부로 수익의 일정 부분을 지역에 환원하는 기부채납은 엄밀한 의미의 순수 기부와는 다를 겁니다. 수원시와 수원시민에게 미술관은 당연히 환급받아야 할 수익이고, 이 수익에 현산의 브랜드인 아이파크 브랜드를 매달 이유가 없습니다.

둘째, 기부의 규모로 보면 수원시민이 훨씬 큽니다. 현산이 지금 미술관을 짓고 있는 부지는 수원시가 시민 혈세 511억원을 들여 매입한 시민재산입니다. 현산은 511억원 짜리 수원시민의 공공토지 위에 300억원 짜리 건물을 지어주고는 ‘시립’과 ‘아이파크’ 명칭을 병렬시켜 놓은 것입니다. 주식회사 논리로 보더라도 누가 미술관의 주인인지는 확연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미술관 부지는 수원의 정체성이 깃든 화성행궁 바로 이웃한 핵심 요지로, 그 잠재가치는 511억원을 훨씬 상회합니다. 이런 땅에 기부채납시설을 제공하면서 브랜드 명칭을 매달고, 순수기부를 주장한다면 현산의 기업이미지와 회장님의 가치경영철학이 졸렬해질까 걱정입니다.

셋째, 미술관 운영입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신생 미술관입니다. 수장고는 채워나가야 하고 각종 상설, 기획전시를 끊임없이 펼쳐내야 하지요. 그런데 비용이 문젭니다. 경기도미술관은 개관 이후 10년간 연평균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답니다. 결국 수원시립미술관을 미술관답게 꾸리면서 항구적으로 운영하려면 향후 천문학적인 시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이런 시설에 기부채납을 이유로 현산의 아이파크 이름이 붙어야 할까요. 그 미술관 1층 요지에 포니정 갤러리가 당당하게 입주하는 게 온당한가요. 당장은 300억원 들여 실현한 현산의 이익이 흡족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땅도 주고 천문학적인 세금으로 아이파크 미술관을 운영해야 할 수원시민들은 미술관을 출입할 때 마다 아이파크와 포니정갤러리를 불편하게 여길 겁니다. 현산에겐 두고두고 화근이 되기 십상입니다.

정몽규 회장님. 최근 대기업들이 벌이는 면세점 경쟁의 한 복판에서 노심초사가 많으실 줄 압니다. 그러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문제, 결코 외면하실 사안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윤인수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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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수 주필

isy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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