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

이백철

발행일 2015-08-10 제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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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맹자 어머니가 왜 세차례나
이사했는가를 깨닫고 본받아야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명제를
배움을 통해 성찰하게 하고
살아가는 방법 고뇌 할 수 있도록
교육의 장 마련하는데 지혜 모아야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라는 고사는 우리에게 널리 잘 알려져 있다. 내용인즉슨 맹자의 어머니가 처음에 공동묘지 근처로 이사했는데 아들이 밖에 나가 곡하는 것만 배워오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거처를 시장터 근처로 옮겼더니 이번에는 아이가 종일 상인들이 장사하는 모습만 흉내 내기에, 다시 서당 근처로 이사했더니 비로소 아이가 공부에 전념하더라는 것이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는 세 차례나 이사를 마다 않는 맹모의 교육열은 매우 감동적이지만, 학군따라 유명학원따라 서울로 강남으로 심지어 가족과 생이별을 감수하며 해외로 떠나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 역시 실로 맹모삼천지교에 못지 않다.

그런데 세 번의 이사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하는 견해가 있다. 처음 공동묘지 부근으로 갔던 것은 생명이 유한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도록 돕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 이사는 시끄러운 시장터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고 느끼라는 것이었으며, 세 번째 서당 근처로 간 것은 인간의 유한함을 깨우치고 치열한 삶 속에서 진정한 위대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야말로 맹모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나라의 지도자들과 부모들이 새겨들어야 할 교육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공식석상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뜨거운 교육열과 교육제도에 대해 예찬했다는 보도를 종종 접한다. 6·25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이 곧 우리 사회 저변에 내재되어 있는 교육의 힘이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공교육의 부실과 사교육의 광풍을 생각하면, 우리 국민들의 실제 정서와는 상당 부분 괴리가 있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얼마 전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를 동시에 합격하고 세기적인 유명 IT분야의 명사와 교류한다는 어느 고교 유학생에 대한 놀라운 보도가 있었지만, 곧 모든 것이 위조문서였고 거짓이었다는 안타까운 사실이 알려졌다. 또한 학교 성적에 비관하여 어린 학생들이 동반자살하는가 하면, 학원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를 살해하는 반인륜적인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다. 비록 극단적인 사례들이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의 어느 학부모가 이런 문제들을 보고 듣고서 남의 문제인양 쉽게 넘어갈 수 있을까? 물론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는 데에는 입시 위주 교육에서 기인한 과열된 사교육의 병폐가 한 몫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사교육의 과열은 초·중·고 교육과 대학 입시를 넘어 유아교육, 대학 졸업 후 취업단계는 물론이고 심지어 학사장교나 통역병으로 입대하기 위한 사교육까지로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풀뿌리 계층까지를 망라한 모든 국민들 사이에 깊게 공유되어 있는 자식들에 대한 헌신적인 교육열은 하루 이틀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귀중한 우리만의 자산인 것 또한 틀림이 없다. 이것이 어느 순간에는 과열된 사교육의 광풍이라고 매도되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내재화된 자식들에 대한 교육열은 그렇게 비하될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본다. 도리어 그것을 공교육을 통해서든 사교육을 통해서든 보존하고 승화시켜 진정한 보국안민의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연하나마 ‘맹모삼천지교’에서 일말의 가르침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에게서 맹자의 어머니처럼 자식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할 수 있는 교육열은 이미 확인되고도 남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맹자의 어머니가 왜 세 차례나 이사를 했는가를 깨닫고 본받는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로 하여금 ‘인간의 유한함과 참된 삶의 영위’와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명제를 배움을 통해 내면적으로 성찰하게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뇌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데 우리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백철 경기대 교정보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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