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과 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신은 내 아픈 눈동자 속으로 내 안에 들어와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당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당신이 가라는 곳으로 가
당신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오
사랑이 깊으면 아픔도 깊어
나는 당신이 아픈 곳에 손을 대고
당신과 함께 웃지 방민호(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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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 |
끝없는 그리움이 있다. 이 그리움은 영원히 오지 못하고, 볼 수 없는 사람을 향해 고정된 ‘마음의 창’이다. 기다려도 오지 못하는 이승에의 애절함은 이성을 전복시키며 꿈, 환상을 통해 “당신과 난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만난다. 이보다 더 절실한 사랑은 환영을 넘어 당신의 “신은 내 아픈 눈동자 속으로 내 안에 들어와” 동일자적 시선으로 동화되기도 한다.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당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고, 당신이 가라는 곳으로 가서 당신의 모습으로 앉아 있다’ 이것은 “사랑이 깊으면 아픔도 깊어” 사별한 사랑에 대한 죄책감에서 온 것이며, “나는 당신이 아픈 곳에 손을 대고” 모노 드라마틱한 ‘영적 재현’을 통해 죄의식을 ‘당신과 함께’ 해소시킨다. 지젝은 ‘억압은 돌아온다’라고 말 한 프로이드의 ‘무의식의 언어’를 빌려 “채무 변제를 위해 죽은 자가 귀환한다”고 했는데, 너무 아픈 ‘사랑의 빙의’도 다르지 않다.
/권성훈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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