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창

광주, 어느 마을주민들의 ‘골프장 단상’

▲ 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 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날로 늘어가는 스크린골프장이나 골프연습장을 볼 때면 ‘골프 대중화 시대’란 말이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전형적인 농촌마을에서 평범하게 일생을 살아가는 어르신들에게 골프는 아직 낯설 수 있다.

며칠 전 취재차 광주 곤지암읍 상열미리 인근에 소재한 B골프장에 갔다. 항의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것인데 다소 이른 아침임에도 골프장 정문에는 피해를 호소하는 마을주민들로 들썩였다. 젊은 층이라고 해봐야 50대이고, 70~80대 노인들과 부녀자들이 농번기 일도 접어둔 채 피켓을 들고 빨간 머리띠를 두른 채 모였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간략히 말하면 ‘골프장이 기존 18홀에서 9홀을 추가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 생태계 파괴 등 주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는 것이다.



마을 이장은 “7년째 계속되는 고통에 우리가 얼마나 답답하면 이 더운 여름날, 마을 어르신까지 모시고 이런 항의집회를 하겠느냐”며 하소연을 늘어놨다. 마을을 따라 이어진 계곡은 광주에서도 대표적 청정계곡으로 피서철이면 피서객들로 북적거렸지만, 7년 전 마을과 불과 300여m 떨어진 골프장에서 확장공사를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고 한다.

사실 주민들은 지역에 골프장이 들어선다고 할 때만 하더라도 부정적 측면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컸다고 한다. 살면서 골프채 한번 잡아보지 못했던 마을 어르신들도 골프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우리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되도록 참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고 직접적으로 농사에 피해를 입게 되면서 골프장이 어떻게 지어지고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게 되고 어느새 반(半) 전문가가 돼 있었다.

한 주민이 말했다. “기자니까 골프쳐 봤죠? 근데 이거 알아요? 골프장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자연 생태계가 파괴되고 골프장 관리에 또 다른 환경오염이 생기는지 말이에요.”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아무리 우리가 떠들어도 골프 칠 사람들은 칠 테고, 공사는 계속될 테지만 골프 대중화 때문에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아직 골프를 해본 경험은 없다. 하지만 혹시 필드에 나갈 일이 있다면 이곳 주민들의 말을 다시금 떠올릴 것이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골프장이 있었던 게 아니라고….

/이윤희 지역사회부(광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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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기자

flyhig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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