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3] 크라우드 펀딩, 예술가들의 ‘희망창구’

한푼한푼 모여 ‘홀로서기’… 창작나무 새싹 움튼다
‘크라우드 펀딩 = crowd + funding’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 모으기 , 문화예술분야 재정자립 대안 ‘주목’

경인일보

발행일 2015-08-19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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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문화재단 직원들이 올 하반기부터 실시 예정인 ‘크라우드 펀딩’ 관련, 홍보·모금 방법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 경기문화재단 직원들이 올 하반기부터 실시 예정인 ‘크라우드 펀딩’ 관련, 홍보·모금 방법에 관한 회의를 하고 있다. /특별취재반
2008년 미국 ‘인디고고’로 ‘소셜펀딩’ 시작
네이버 ‘해피빈’ 한국문예위 ‘예술나무’ 등
국내서도 ‘활성화’… 정부·지자체 의존 탈피
연주단 악기 마련·비상업 영화 투자 ‘다양’
경기문화재단도 내달부터 모금방식 도입해
작품이동 ‘아트트럭’ 구매 첫 프로젝트 시동


# “아이들의 오케스트라를 완성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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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다문화가정을 비롯 안산지역 내 어린이들을 위해 탄생한 ‘안녕 오케스트라’. 편견과 다른 시선으로 상처받았던 아이들은 악기 연주와 오케스트라 합주를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워 갔다. 하지만 현악·목관악기는 어느 정도 갖춘 데 반해, 타악 파트 악기는 고작 북 하나 뿐이어서 아이들은 연주회 참여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타악기를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하고 싶었던 이들의 간절한 바람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통해 현실이 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는 ‘예술나무’에서 지난해 9월 이들의 사연을 대중에 공개, 800만 원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다.
▲ ‘크라우딩 펀드’를 통해 타악기를 마련한 안산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
▲ ‘크라우딩 펀드’를 통해 타악기를 마련한 안산 ‘안녕 오케스트라’ 단원들.

모금 두 달 만에 목표액을 훨씬 넘는 1천만원 이상의 돈이 모였고, 전에 없던 더블탬버린·실로폰 등의 악기가 마련됐다. 안산문화재단 관계자는 “여러 후원자들의 좋은 마음이 모여 아이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큰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전통 풍물을 기반으로 연주 활동을 하는 인천의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희망을 찾았다.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는 올해 초 북유럽 라트비아의 국립대 교수로부터 ‘라트비아 현지에서 아리랑과 사물놀이를 가르쳐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항공권 지원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그가 떠올린 것은 크라우드 펀딩이었다. 그는 2015 사회적 기업 크라우드 펀딩 대회에 출전해 ‘라트비아 국립대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가르치겠다’는 포부를 전달했고, 그 결과 206명으로부터 1천300여만원의 투자를 받았다.

서 대표는 “문화예술분야는 특히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에 길들어 있어 지원금이 끊기면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주저앉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이쪽 분야도 점차 재정 자립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13년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 ‘국립 소록도병원 프로젝트’ 벽화 완성 모습.
▲ 2013년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 ‘국립 소록도병원 프로젝트’ 벽화 완성 모습.

# 크라우드 펀딩, 문화예술분야 재정 홀로서기의 시작

크라우드 펀딩은 ‘군중’을 뜻하는 ‘crowd’와 재원 마련을 뜻하는 ‘funding’이 합쳐진 단어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말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기 때문에 ‘소셜 펀딩(Social Funding)’이라고도 불린다.

정부·지자체의 절대적 재정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하나의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를 인터넷 등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대중에 소개하고 재정을 확보한다.

문화예술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후원’이다. 기획자가 제안한 프로젝트에 일정 자금을 지원하고, 금전적 보상 대신 책·잡지·음반 등의 창작품이나 영화·공연 티켓 등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일정 부분 보상을 받는다.
▲ 2013년 문화예술후원주간 ‘위시트리’행사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2013년 문화예술후원주간 ‘위시트리’행사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 크라우드 펀딩, 국내서도 활성화 움직임

세계 최초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는 2008년에 시작된 ‘인디고고(indigogo)’며, 가장 유명한 대표 사이트는 2009년에 출범한 미국의 ‘킥스타터(kickstarter)’다. 킥스타터는 만화·영화·음반·공연·출판·사진전·게임 제작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에 큰 힘을 얻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금 문제로 창작자의 머릿속에 머물러 있던 참신한 아이디어는 이곳에서 든든한 후원을 등에 업은 채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12년에 이미 1만8천여건의 프로젝트들이 목표 금액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국내에서도 현재 텀블벅·굿펀딩·와디즈·인큐젝터·업스타트 등 5~6개의 크라우드 펀딩 관련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이 운영 중이다. 기존 포털사이트가 자체적으로 만든 네이버의 ‘해피빈’, 다음의 ‘희망해’도 크라우드 펀딩의 대표적인 사례다.

비영리 법인단체가 만든 플랫폼도 활성화 단계에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나무’, 서울문화재단의 ‘소소한 기부’, 아름다운 재단의 ‘개미스폰서’등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인디고고’와 ‘킥스타터’ 등 해외 크라우드 펀딩 업체의 영향을 받아, 지난 2012년 국내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예술나무를 발족, 본격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이후 나병환자의 치료를 위한 ‘소록도 프로젝트’를 비롯해 ‘피아노 없는 피아니스트 문지영 학생 후원’ 등 다양한 문화예술분야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나눔의 집’에서 상영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을 다룬 영화 ‘귀향’은 4만여 명의 국민들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해 화제가 됐다.

‘귀향’의 제작사 제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투자사를 찾지 못해 결국 크라우드 펀딩에 눈을 돌렸는데, 현재 1억원 넘는 돈이 모였다”며 “비상업적 목적의 다양성 영화들이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는 이 방법뿐이다”고 털어놨다.

‘귀향’ 외에도 5·18 민주항쟁을 다룬 ‘26년’, 제주 4·3사건을 다룬 ‘지슬’, 대형마트 계약직의 부당 해고를 다룬 ‘카트’ 등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투자처를 확보한 예다.
▲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 제작된 영화 ‘귀향’ 포스터.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크라우드 펀딩으로 후원 제작된 영화 ‘귀향’ 포스터. /제이오엔터테인먼트 제공

# 경기문화재단 올 하반기 크라우드 펀딩 도입

경기문화재단은 다음 달부터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도입해 재단 차원의 모금 활동을 시작한다. 경기창작센터 입주 작가 중 대상자를 선정해 정식 모금에 들어갈 예정이며, 첫 번째 프로젝트의 목표는 분명히 정했다. ‘아트트럭(Art Truck)’을 구매하는 것.

재단 관계자는 “우리 작가들이 다양한 곳에서 전시 활동을 펼치기 위해선, 작품을 수시로 옮길 수 있는 이동 수단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며 “크라우드 펀딩으로 예술가들을 위한 트럭을 장만해서 이들이 전시 활동을 하는 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기금을 모으는 방법에 있어선 스토리텔링과 철저한 보상 시스템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후원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창작자의 스토리에 호소력과 진정성을 불어넣는 것은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다.

후원자가 해당 프로젝트에 소속감과 유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보상 체계를 구축하고 가치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재단 관계자는 “후원자에게 진심 어린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스토리를 홍보에 활용하고 체계적인 보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성공적인 크라우드 펀딩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본다”며 “문화예술의 발전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일반인들을 문화기부에 동참하게 하는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 특별취재반

팀장 윤인수 부국장, 공지영·황성규·유은총 기자(이상 문화부), 김종택 부장(이상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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