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양무진

발행일 2015-08-28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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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남북, 군사적 신뢰조치로 관계개선 확대해야
협상 길었던 만큼 합의이행 과정 험난할 수도
북한이 다른소리 할수록 냉정함 잃어선 안돼


남북이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만남의 기다림이 길었던 만큼 이야기도 길었다. 2+2라는 이례적인 첫 만남에서 예상치 못한 소득이 있었다. 비록 시작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에서의 포격으로 출발하였다. 군사적 충돌 상황이 남과 북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했지만, 대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고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남북회담사에 유례없는 마라톤 협상의 대미를 장식한 셈이다.

우선 군사문제에 대해선 남북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발짝씩 양보했기에 합의가 가능했다. 남측은 지뢰도발에 대한 북측의 직접적인 사과 대신 유감 표명을 수용하였다. 북측은 남측의 확성기 중단에 ‘비정상적 사태가 신생되지 않는 한’이란 단서조항을 수용함으로써 확성기 방송이 재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는 천안함 사건을 비롯해 과거 발생한 미결된 사건들을 해결하는데 답안지로 활용가능할 것이다.

이번 합의가 갖는 보다 큰 의미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특히 당국간 회담 개최를 제1항에 명시한 것은 의미가 크다. 남북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공감하고 향후 분야별 다양한 형태의 대화를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민간교류 활성화는 5·24 조치 해제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숨겨진 한 수이다. 결국 의지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민간교류 활성화는 충분히 가능하고 무의미해진 5·24 조치는 자연스럽게 점진적·단계적 해제의 수순을 밟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회담 결과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뢰사건의 주체를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과 포격 도발에 관해 언급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지뢰사건에 대한 북한의 유감표명은 간접적인 시인·사과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남측 군인들의 부상에 대해 인도주의적 차원 또는 같은 민족이라는 차원으로 해석할 것이다. 향후 논쟁의 여지는 있다. 그러나 남북한의 합의서는 과학적 법칙이 아니라 정치적 해석을 해야 한다.

통일부와 통일전선부는 남북관계 전문가 집단이다. 조직적 경험도 풍부하다. 청와대와 조선노동당은 정치적인 집단이다. 합의서까지는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지만 이젠 전문가 집단의 치밀한 이행이 필요하다.

합의문에 남북 통-통라인(통일부-통일전선부)을 재개하는 고위급 대화채널을 구체화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합의문에 이산가족상봉과 민간교류 활성화가 포함되어 있는 반면에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를 명시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이 문제는 이산가족상봉 성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향후 진행과정에서 우려되는 점은 이번 합의의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표현의 모호함으로 인해 재발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로 주장하는 장거리로켓을 발사할 경우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휴전선을 중심으로 남북한의 군사 활동이 지속되는 한 예기치 못한 우발상황과 오인으로 인한 확전 가능성이 상존한다. 최근 상대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 완충역할을 하는 조치들이 제거된 상황에서 합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남북관계 개선으로 확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 군사적인 신뢰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합의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협상이 길었던 만큼 합의를 지켜가야 할 앞으로의 과정은 어쩌면 상상 이상으로 길고 험난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잠깐 숨고르기도 할 여유 없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쌓여가고 있다. 기대처럼 그렇게 무지개 빛 미래는 아니다. 비록 내부 정치적이지만 북한은 합의 이후 약간의 태도변화를 보이며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럴수록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 정말 이번 합의도출이 가능했던 것이 우리의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자세와 원칙고수 때문이라면 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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