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로 잇는 문화 혈맥·5 기업기부 사례 (2)] 장기적 프로젝트, 예술가 키우는 ‘벤타코리아’

상상할 수 없는 ‘가치’… 예술후원 ‘홀씨’ 되다
특별한 뭔가를 만들어 파는 것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 … 그러기 위해선 문화예술 반드시 살아나야

특별취재반 기자

발행일 2015-09-02 제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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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예술 분야의 잠재적 가치를 보고 전폭적인 지원을 쏟고 있는 (주)벤타코리아 김대현 대표이사.  /특별취재반
▲ 문화예술 분야의 잠재적 가치를 보고 전폭적인 지원을 쏟고 있는 (주)벤타코리아 김대현 대표이사. /특별취재반
미술에 관심많던 김대현 대표
예술가 ‘배고픈 현실’ 눈 돌려
“작품에만 집중해야 수작 탄생”
직접운전 출장땐 이코노미석…
회사돈 아껴 지속적 ‘통큰 기부’
작업실 무료 제공·후원연결도
직원 동참·입주작가 재능기부
곳곳에 퍼지는 ‘기부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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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라 하면 흔히 굶주린 이에게 식량을 대주거나, 추위에 떠는 이에게 옷이나 거처를 마련해주는 행위 등을 떠올린다. 이 때문에 ‘문화기부’라는 개념은 대중에게 생소할뿐더러 아직 공감대를 얻기에 충분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에 기부할 여력이 있다면, 생계가 곤란한 자에게 빵 한 조각을 더 주는 것이 훨씬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인 현실.

하지만 이 같은 일반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문화예술 분야의 잠재적 가치를 보고 전폭적인 지원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업인이 있다. 더욱이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경기문화재단에 먼저 손을 내밀어 예술가들을 돕는 데 적극 나서고 있는 기업인, (주)벤타코리아 김대현(52) 대표이사를 만나 봤다.

# “작가가 작업에만 몰두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지 않겠습니까?”

▲ 갤러리퍼플 작가들과의 인터뷰.  /특별취재반
▲ 갤러리퍼플 작가들과의 인터뷰. /특별취재반
공대 출신의 김 대표는 전형적인 기업가다. 하지만 예전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아 주말마다 각종 전시에 다니며 문화예술 분야의 식견을 차츰 넓혀 왔다. 그러던 그에게 언제부턴가 예술가들이 겪는 고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 유통구조가 무너진 것을 느꼈다. 작가들이 작업에 전념하지 못한 채 자신이 직접 작품을 마케팅하면서 유통과정에 관여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안타까웠다”며 “작가들이 순수성을 잃은 채, 계산을 하고 장사치로 변해서야 어떻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예술가들의 배고픈 현실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그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생활비가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라며 “작업실 임대료나 재료비 등에 신경 쓰다 보면 현실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고, 결국 창의적인 시도는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예술이 지닌 가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굳게 믿고 있다. 기업가의 시각에서 봤을 때도 기업 운영에 ‘예술’을 접목하면 훨씬 좋은 성과가 나온다고 말한다.

그는 “단순히 물건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많이 팔아서 돈을 남기는 것보다, 이제는 가치 있는 뭔가를 만들어 파는 것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며 “그러기 위해선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예술분야가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부는 사랑을 싣고…희망의 싹 틔우는 작가들

▲ 갤러리퍼플에 입주한 작가들. 왼쪽부터 이세경, 신건우, 정직성, 김세중 작가.  /특별취재반
▲ 갤러리퍼플에 입주한 작가들. 왼쪽부터 이세경, 신건우, 정직성, 김세중 작가. /특별취재반
그는 8년 전 교복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부터 기부를 시작, 지금은 하나의 갤러리를 마련해 7명의 작가들을 육성하는 통큰(?) 후원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5일 남양주시 와부읍에 위치한 ‘갤러리 퍼플’을 찾았다. 이곳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경임 대표는 김 대표의 아내다. 미술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이들 부부는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후원하는데 뜻을 모으고, 지난 2013년 김 대표의 회사에서 사용하던 창고를 갤러리로 재탄생시켰다.

평소 잠재력 있는 작가들을 눈여겨봐 온 이들 부부는 10여 명의 입주작가를 선정, 갤러리 내부 작업실을 제공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업실 임대료는 물론, 전기요금 등의 공과금도 일절 받지 않았다.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하도록 했다.

김세중 작가는 “수입이 일정치 않다 보니 적은 액수의 공과금조차도 버거울 때가 있었고 늘 불안함에 시달리곤 했다”며 “지난 2년간 그런 걱정에서 자유로웠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의 큰 위안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세경 작가도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다 보니 창작 활동에 큰 도움이 됐고, 순수하게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이건 지금까지 작가로서 느껴보지 못했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안정감”이라고 설명했다.

▲ 남편 (주)벤타코리아 김대현 대표이사와 함께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후원하고 있는 갤러리퍼플 이경임 대표.  /특별취재반
▲ 남편 (주)벤타코리아 김대현 대표이사와 함께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후원하고 있는 갤러리퍼플 이경임 대표. /특별취재반
김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입주 작가들을 위한 후원자 모집에 나섰다. 자신의 지인들을 대상으로 발로 뛰며 후원을 요청했고, 이렇게 하나둘 모인 후원자와 작가를 1대1로 연결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펼쳤다.

정직성 작가는 “나를 도와주는 후원자가 생겼다는 것, 더욱이 그 사람이 내 작품을 인정해주고 응원해준다는 것은 작가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며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신건우 작가도 “후원자가 어느새 팬이 되고 또 친구가 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예술가는 외로운 존재이기 마련인데, 이젠 더 이상 외롭지 않다”며 밝게 웃었다.

갤러리퍼플 이경임 대표는 “도움의 손길이 없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재능 있는 작가들이 아직도 너무나 많을 텐데, 후원이 한정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현실이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후원을 통해 미술분야의 관심을 늘리는 것도 예술 저변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점차 퍼져 나가는 ‘기부 바이러스’

▲ 갤러리퍼플 내 작업실에서 창작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이세경 작가 부부.  /특별취재반
▲ 갤러리퍼플 내 작업실에서 창작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이세경 작가 부부. /특별취재반
(주)벤타코리아는 1년에 1억원 가량의 금액을 기부에 사용한다. 회사 차원의 기부가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 직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터.

하지만 김 대표는 “저는 운전기사를 쓰지 않고, 해외 출장 시에도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만 탑니다. 그렇게 아낀 회사 돈으로 기부하는 거라고 하면 직원들도 크게 반발하진 않던데요”라며 웃어 보였다.

오히려 그의 기부 바이러스를 전달받은 직원들이 하나둘씩 개인적으로도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벤타코리아 김용성 사원은 “처음에는 ‘굳이 뭐하러…’하는 생각이었지만, 어느새 그 기운을 받아 소액이지만 기부에 동참하고 있고, 마음이 한결 든든해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갤러리 퍼플 입주작가들도 지역 내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를 통한 릴레이 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과 1대1 멘토링을 통해 함께 작품을 만들고, 전시회를 개최하며 미술 꿈나무들을 육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작업실을 제공하는 것도 모자라 후원자까지 매칭시켜 주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사례이자 대단한 노력”이라며 “이런 기부 바이러스가 보다 널리 전파될 수 있도록 문화기부 홍보활동에 더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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