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그 지난(至難)함에 대하여

박현수

발행일 2015-09-02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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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 박현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정부, 4대개혁 추진 공감대 어떻게 끌어낼지 ‘걱정’
노동계 설득 위해선 기업들 기득권 일부 포기해야
대다수에게 선한 일, 특정 집단에겐 악한 일 될수도


모든 개혁은 선하고 옳은 것인가. 선한 의도로 시작된 일들은 반드시 선한 결과로 귀결되는가.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노동과 교육, 공공부문과 금융 등 4대 개혁을 보면서 드는 의문들이다.

개혁의 방향과 목표가 옳다고 해서 반드시 그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후세에선 잘한 일이라고 평가받는 일들도 당대에선 혹독한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권세가들에게 눌려 억울하게 노비로 전락한 양민들을 구제하고 권력의 힘에 의해 빼앗긴 토지를 원주인들에게 돌려줘 국가 근간이 되는 농민층을 강화하겠다며 고려 공민왕 시절 신돈에 의해 시도된 개혁정책이 있었다. 후세의 사가들이 방향은 맞다고 평가했지만 당대에선 기득권층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해 실패로 귀결됐다.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개혁이 얼마나 힘들고 지난(至難)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숱하게 있다. 개혁으로 손해를 보는 기득권층의 반발과 저항은 집요하고 거세다. 이런 저항을 얼마나 합리적이고 능숙하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개혁의 성패가 결정되는 예(例)들을 들먹이는 것은 옳은 방향 설정과 강고한 의욕과 넘치는 힘으로 성공하는 개혁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을 되새기기 위해서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현 상황을 진단하고 내놓은 정부의 개혁 의지와 원론적인 방향이 틀리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개혁이 후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걱정되는 것은 개혁이 선한 의도로 시작됐으며 좋은 결과로 귀결돼야 한다는 점을 어떻게 설득시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원만하게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개혁 중에서도 노동개혁 문제는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이다. 노동계는 개혁의 핵심인 임금피크제와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으로 이어진다는 실증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역시 양질의 고용창출을 통한 고용시장 확대가 아닌 비정규직 양산이라는 비극적인 실업상태를 지속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달리 생각하면 인구증가율이 1% 내외에 머물고 있는 현실에서 정년연장은 필연적이지만 연장된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수가 혜택을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50대 중반이면 현장에서 내몰리는 작금의 현실이 60세 정년을 보장한다고 해서 쉽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개혁에 대한 기업들의 입장은 임금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임금피크제와 해고요건을 쉽게 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다. 청년고용 확대 문제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미지근하다. 정부의 개혁에 기대 내 밥그릇 확대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노동개혁의 당위로 설명하는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화와 과보호 문제는 우려스럽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신규 노동력의 시장 진입을 막아버리려는 행태는 개선돼야 한다. 현대판 음서제로 비난받는 일자리의 대물림 현상도 마찬가지다.

노동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기득권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재벌개혁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설정도 필요하다. 롯데 사태와 대한항공의 여객기 회항 사건에서 보듯 일부 재벌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10% 미만의 지분을 갖고 수십, 수백조의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잘못된 지배구조는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

개혁의 진정한 과제는 기득권화한 기업과 노동계를 설득하는 일이다. 기득권을 빼앗는 일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개혁은 미래를 향한 것이고 기득권의 강고함은 현실이다. 개혁의 핵심은 철옹성처럼 단단한 기득권의 벽을 어떻게 허물 것인가에 있다. 자신들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일부 노조와 일부 기업들의 기득권을 깨트릴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개혁이 가능하다.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이라고 반드시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대다수에게 선한 일이라도 특정한 집단에게는 악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게 개혁의 함정이기도 하고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

/박현수 인천본사 편집제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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