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지역 이익 그리고 지역 정체성

김 욱

발행일 2015-09-04 제13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 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 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지역주의, 지나치게 정치적 활용 ‘부작용’ 유발
지역 기반 둔 ‘정당 설립’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지방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중요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지역주의다. 그리고 지역주의에 대해서는 온 국민이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적 지역주의에 부정적 시각이 자칫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시대에 걸맞은 정당한 지역이익 추구와 지역정체성 강화까지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일단 주민들이 타 지역보다 자기 지역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추구하는 현상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과거 중앙집권적인 권위주의 시절에 억눌려 있던 당연한 욕망이 민주화 이후 지방자치 시대를 맞아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국가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소위 지역이기주의라는 표현을 통해 지역주민의 자기 지역 이익 추구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과도한 중앙집권적 발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역 주민들이 자기 지역에 자부심을 느끼고 애향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러한 강력한 지역 정체성이 지역주의의 원인인 것처럼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사실 ‘지역주의’라는 표현 그 자체는 아무런 부정적인 요소가 없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동안 이것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초기 지역주의는 특정 지도자와 특정 지역과의 정서적 유대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특정 지역의 이익만을 배타적으로 내세우는 부작용을 유발했다. 게다가 이러한 지역주의에 비견할 수 있는 다른 사회 갈등구조가 표출되지 못하여, 지역 갈등만이 한국 사회의 유일한 갈등인 것처럼 비추어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역주의의 정서적 측면은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그에 대신하여 지역의 이익과 발전이라는 공리주의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지역 외에도 이념이나 세대, 계급과 같은 다른 갈등들이 정치적으로 중요해지면서,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에서 가지던 독점적 지위는 약화되었다. 이제는 국민들이 단지 자기 지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의 이념적 성향, 자기가 속한 세대의 가치관, 자기가 속한 단체와 계급의 이익 등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지역주의는 내용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승자독식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의 소선거구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로 인해 이러한 지역주의 현상이 선거 결과에서 과장·확대되어 나타날 뿐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전체적으로 20~30%의 지지를 받아도 한 지역구에서도 1등을 하지 못하면, 이 표는 모두 사표가 되는 것이다. 선거제도만 개혁해도 현재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의 독점적 지역 정당구조는 사라질 것이다.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의 설립 문제도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지역정당이 지역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지역의 자기 이익추구가 당연한 일이라는 점, 그리고 이러한 지역정당의 출현이 일부 지역에서 정당 경쟁을 오히려 활성화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의 중앙중심의 정당설립 요건을 완화하여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의 설립을 용이하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지역주민이 자기 지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자기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당연한 현상이다. 지역이기주의라는 부정적 표현으로 이를 억압하기보다는 이러한 다양한 지역적 이익을 포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예를 들어, 미국식 상원제 도입이나 권역별 혹은 시도별 비례대표제의 도입 등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주민들이 자기 지역에 대한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지는 것을 경계하기보다는 오히려 장려할 필요가 있다. 부산학·제주학·대전학 등 특정 지역을 연구하는 지역사회연구를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는 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명제가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과 지방이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또한 자신의 특성과 장점을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김 욱 배재대 정치언론안보학과 교수

김 욱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