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답게 살고 계십니까

이영재

발행일 2015-09-09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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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재 논설위원
▲ 이영재 논설위원
내일부터 19대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돌입
기업인 불러놓고 망신주고 호통치다 끝낼건지
특권의식 모두 내려놓고 국민위한 국감 펼쳐야


국회의원을 지낸 인사에게 의원시절 가장 좋았을 때가 언제냐고 물으면 열중 일곱은 ‘국정감사’라고 말한다. 돈이 태산같이 많은 재벌총수도, 해외유학을 다녀왔다는 기관장들도 의원들의 호통 앞에서 죄인처럼 고개 숙이는 모습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는 의원도 있다. 특히 재벌총수 소환을 놓고 벌이는 대기업의 기막힌 로비는 받아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니들이 국감 맛을 알아!”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오직 국회의원만이 그 맛을 아는 국정감사가 내일부터 두번에 나뉘어 열린다. 공교롭게도 이번 국감은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다. 300명의 국회원이 내년 총선에서 모두 당선 될리 없으니 아마도 상당수 의원에게는 이번 국정감사가 의원시절 마지막 국정감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의원들은 마지막 국정감사를, 국민들을 위해 ‘국회의원답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미 증인신청을 두고 벌써 한바탕 난리 굿판을 벌였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얼마나 대단한 로비가 벌어졌는지 증인 채택이 예상됐던 총수 상당수가 명단에서 제외됐다. 국정감사를 앞둔 여의도는 늘 뜨겁다. 국감이 ‘기업 길들이기’, ‘총수 망신주기’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총수를 증인에서 빼기 위한 치열하고 뜨거운 로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로비는 입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봐달라고 손바닥을 비빈다고 해서 들어 줄 의원들도 아니다. 오면 가는 게 있고 가면 오는 게 있어야 한다. 증인 신청을 무기삼아 기업에 노골적으로 지역구 민원이나 친인척의 취업문제 해결을 압박하고 후원금을 요구하는 행태는 이제 감춰진 비밀도 아니다. 이번 국감도 예외없이 앞에서는 증인에게 호통을 치고 뒤로는 사리사욕으로 기업인들을 괴롭힐 것이 뻔하다. 어느 의원이 어떤 총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는지 ‘증인실명제’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폐단 때문이다.

국정에 도움이 된다면 대기업 회장 등 재계인사들을 불러 증언을 들어야 한다. 공적 자금이 투입됐거나 , 예산이 들어간 사업을 맡았거나, 부당노동행위같은 공공성이 강한 사안과 관련돼 있는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기업인을 부르는 게 원칙이다. 롯데사태에서 드러났듯, 대기업의 경우 문제가 발생했을 시 상당수 책임이 회장에게 있다. 해외로 재산 빼돌리기부터 불법 상속, 노사문제, 심지어 총수 자녀들의 갑질논란까지, 이를 따지고 진실을 밝혀 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 총수 소환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기업인을 불러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망신 주고 호통 치다 끝난다. 19대 국정감사도 그렇게 끝나게 될 것이다. ‘국정감사 무용론’을 넘어 ‘폐지론’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원이 직업군(群)으로 전락한 지는 오래됐다. 국민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는 국회의원을 명예직으로 전환해 세비를 주지 말자는 주장은 생계형 국회의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이 나올 때마다 의원들은 입법부를 모독한다며 발끈한다.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또 반복되는 얘기지만 이제 특권의식을 모두 내려놔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 피감기관은 지난해보다 100개 늘어난 799개다. 기간 동안 이를 다 들여다 본다는 게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기간을 늘리자고 할 수도 없다. ‘상시 국감’이 좋겠지만 이럴 경우 의원들의 ‘상시 갑질’로 피해가 더 커 나라 경제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5%에 불과한 건 국가적으로 비극이다. 이 보다 더 끔찍한 건 이런 사실은 국회의원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7대 종단이 캠페인성으로 벌이는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에 참여했다. 여야 의원들이 모여 “국회의원답게 살겠습니다”라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국회의원답게 사는게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들은 이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차라리 ‘특권을 모두 내려 놓겠습니다. 그 증거로 세비를 반으로 줄이겠습니다. 말로 하면 못 믿을 테니 법으로 만들겠습니다’라면 모를까. 하여튼 내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 ‘국회의원답게’ 제대로 된 국정감사를 보여주길 바란다.

/이영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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