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北 비핵화 의지' 원자로 냉각탑 폭파-북한이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29일 밝혔다.북한은 지난 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향후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사진은 2008년 6월 27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기 위해 영변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모습. /연합뉴스 |
회담전 '美에 진정성 보이기' 분석
방식따라 북핵 무력수준 가늠 기회
북한이 아직 사용 가능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첫걸음인 만큼 대내외에 상징성이 매우 큰 이벤트이자 북미정상회담에 나서는 미국에 진정성을 보이기 위한 신호의 의미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런 의지를 확인했다.
북부 핵실험장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가리킨다. 북한이 작년 9월 3일 핵실험까지 모두 6차례 핵실험을 한 장소로, 북한 핵 무력 개발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지하 핵실험은 땅 밑으로 갱도를 파고 그 안에서 하는데 풍계리 핵실험장도 여러 개의 갱도를 갖췄다. 한미 정보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에 번호를 붙여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북한은 1차 핵실험(2006년 10월 9일)을 1번 갱도에서 했고 2차(2009년 5월 25일), 3차(2013년 2월 12일), 4차(2016년 1월 6일), 5차(2016년 9월 9일), 6차(2017년 9월 3일) 핵실험은 2번 갱도에서 했다.
1번 갱도는 1차 핵실험으로 무너져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번 갱도에 여러 개의 가지 갱도를 뚫어 핵실험을 계속한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6차 핵실험 이후에는 2번 갱도도 지반이 약해져 붕괴 조짐이 포착됐다. 6차 핵실험 직후 잇달아 발생한 여진은 2번 갱도를 포함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붕괴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문제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1∼2번 외에 다른 갱도도 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3번 갱도는 완성 단계로,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게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4번 갱도는 북한이 6차 핵실험 이후 굴착한 시설인데 완성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도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의 2개 갱도에서는 여전히 핵실험이 가능하다며 핵실험장을 '완전 가동이 가능한 상태'로 평가했다.
북한이 언제든지 추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는 것은 비핵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다.
핵 무력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핵실험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게 필수적인데 이를 중단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공개 방식에 따라서는 한미 전문가가 북한의 핵 무력 수준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상천기자 juns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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