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머무는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 북한 경호원들이 주변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캡처 |
570m 떨어진 숙소 '베이스캠프화'
대리전 실무협상 실시간 보고 받아
트럼프, 리셴룽 총리와 회담만 소화
"흥미로운 회담될 것" 분위기 띄워
김 위원장은 경제관련 시설 참관
역사적인 '6·12 북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 집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불과 57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의 숙소를 각자의 베이스 캠프로 삼아 막판 신경전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판문점에 이어 싱가포르에서 북미회담 주요 의제를 논의하고 있는 성 김 대사와 최선희 부상을 내세워 '대리전'을 벌이며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최종적인 점검과 조율을 시도하는 등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 싸움을 했다.
특히 두 정상은 자신들이 머무는 숙소에서 차량으로 10여 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싱가포르의 리츠칼튼 호텔 회담장에서 진행된 성김 대사와 최 부상 간 협상 내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며 협상 전략을 가다듬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오께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에서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 외에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북미 간 비핵화를 위한 협상 준비에 올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 총리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아주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북미정상회담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함께 전날 싱가포르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이 11일 트위터에 싱가포르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에서 실무회담을 하는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위)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사진을 올리고 "북미 실무회담은 실질적이고 세부적이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캡처 |
김 위원장도 이날 오전 내내 현지 숙소인 세인트리지스 호텔에 머물며 최 부상이 이끄는 실무회담팀의 주요 의제 협상 과정을 공유하는 한편 중대 '결심'이 필요한 사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시하는 등 회담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한 차례의 북미 실무회담이 끝난 뒤인 오후에는 호텔을 벗어나 싱가포르의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시내의 경제 관련 시설 참관에 나서며 북한의 비핵화와 경제발전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도 해 주목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말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중국 최고의 자연과학 연구기관으로 꼽히는 중국과학원을 참관했었다.
이에 김 위원장이 북미회담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싱가포르 경제발전상 참관에 나서면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막판 조율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전상천기자 juns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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