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진핑에 '한반도 비핵화 입장' 재확인…北中관계 새 변수로

김정은 "비핵화는 선대 유훈…한미 단계적 조치시 비핵화"
시진핑 "대화 통한 문제 해결 지지…중국이 건설적 역할"
한반도 비핵화 '남북미 3자'에 중국 가세…중국 변수에 촉각

박상일 기자

입력 2018-03-28 13:5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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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CC)TV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방중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중국을 방문했으며, 북중정상회담과 연회 등 행사에 참석했다. /CCTV 캡처=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를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이 '평화실현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 한반도 비핵화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8일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지난 25일 중국을 전격 방문,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이날 오전 북한으로 돌아갔다.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과에게 "김일성 및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며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에 따른 일관된 입장'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지난 5일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에게 밝힌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울러 시진핑 주석에게 "우리는 자발적으로 긴장 완화 조치를 했고 평화적인 대화를 제의했다"면서 "우리는 남북 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주석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중 전통 우의는 양국 원로 지도자들에게서 물려받은 귀중한 유산"이라며 "북중 우의를 더욱 잘 발전시키는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자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어 "올해 한반도 정세에 적극적인 변화가 있었고 북한이 중요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찬성한다. 아울러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발휘하고 북한을 포함한 각국과 함께 노력해 한반도 정세 완화를 추진하길 바란다"고 북한과 중국의 역할에 힘을 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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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네 번째)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이 이처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의 우의를 확인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상호 역할에 힘을 실어주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된다.

그동안 남-북-미 3자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중국이 전격 가세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돼 '절대 권력'을 구축하면서 대외적으로 '강한 중국' 노선이 예견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면서도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한 발언도 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중국과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화요일(오늘) 백악관에 연락을 취해 김정은의 베이징 방문을 우리에게 브리핑했다"면서 "브리핑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개인적 메시지도 포함돼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이러한 상황은 우리의 최대 압박 전략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추가 증거"라며 미국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 장관에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 국장을 내정한데 이어 '슈퍼 매파'인 존 볼턴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발탁하는 등 강경노선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나선 시점에서 이뤄진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이 한반도 방정식에 본격 개입할 경우 남북미 간 삼각함수로 전개돼 온 비핵화 방정식이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과 함께, 북한과 중국이 미국 주도의 '최대의 압박작전'에 균열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우리 정부 역시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기자들에게 "중국 정부로부터 방중과 관련한 사실을 사전에 통보받았다"면서도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양제츠 중국 정치국 외교담당 위원의 방한과 그에 따른 협의 내용을 보고 다시 한번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북중 정상회담 대화내용은 앞으로 있을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는 부인 리설주, 최룡해·박광호·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조용원·김성남·김병호 당 부부장 등 북한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 측에서도 리커창 총리와 왕치산 국가 부주석, 왕후닝 상무위원이 정상회담에 배석했으며, 시진핑 주석 부부가 환영 연회 및 문예 공연 관람을 같이하는 등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때와 버금가는 환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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